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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새' 실현 머지않았다

개인용 제트추진 날개 개발… 시속 216km로 영불해협 횡단 성공

이브 로시가 제트추진 날개를 달고 시속 216㎞로 날아가고 있다. 항공기에서 뛰어내려 비행하다 목적지에이르면 낙하산을 펴 착지하게 된다.

로시가 추구하는 제트추진 날개의 최종 버전은 삼각날개와 대형 엔진을 갖춘 것으로 개발이 완료되면 슈퍼맨처럼 지상에서 수직 이륙할 수 있다.



누구나 한번쯤 영화 속의 슈퍼맨처럼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머지않아 이 꿈 같은 일이 실제 가능해질지도 모른다. 스위스의 한 조종사가 10여년간의 노력 끝에 수십㎞를 비행할 수 있는 3단 접이식 개인용 제트추진 날개 개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그는 이 날개를 달고 항공기에서 뛰어내린 후 시속 216㎞의 속도로 영불해협 35㎞ 횡단에 성공했다. 그는 내년까지 지상에서 이륙할 수 있는 차세대 버전을 개발할 계획이다. 제트추진 날개를 단 슈퍼맨이 등장하는 셈이다. 지난해 9월26일 영국 도버의 사우스포어랜드 등대. 영불해협 중 가장 좁은 도버해협에 자리한 이 등대에 이른 아침부터 수백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리고는 하나같이 하늘을 쳐다보며 무언가를 기다렸다. 스위스조종사, 3단접이식으로 제작 활공능력 극대화
항공기서 뛰어내려 몸 동작 이용해 방향 전환
내년엔 삼각날개·대형엔진 달아 지상 수직이륙도 추진
해돋이를 보러 나온 관광객들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들은 역사적 순간을 직접 목격하기 위해 찾아온 세계 각국의 취재진과 시민들이다. 그리고 이들이 기다리는 것은 바로 ‘제트맨(jet man)’이라고 불리는 인간 새다. # 인간 새의 출현
제트맨의 주인공은 조종사이자 아마추어 항공학자인 이브 로시. 그는 이날 자신이 직접 만든 개인용 제트추진 날개를 달고 도버의 반대편인 프랑스 칼레에서 홀로 이곳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항공기를 타고 칼레의 그리네곶 2,000m 상공에서 뛰어내린 그는 시속 216㎞의 속도로 단 10분 만에 영불해협을 건넜고 도버 상공에서 낙하산을 펼쳐 사우스포어랜드 등대의 잔디밭에 안착했다. 제트추진 날개를 사용해 영불해협을 횡단한 세계 최초의 사람이 된 것이다. 인류 비행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로시의 제트추진 날개는 폭 2.4m, 두께 5㎝의 마름모꼴 형태로 추력 21.7㎏의 제트엔진 4개가 장착돼 있다. 제트엔진의 터빈은 독일의 제트캣사가 무인항공기용 제품을 고공 점화에 유리하도록 개량한 것이며 폭발 등의 위험상황에서 조종사를 보호하기 위해 케블러 섬유 외피가 씌워져 있다. 또한 프레임은 탄소섬유 복합소재로 제작됐고 날개 내부에는 13.2리터 용량의 유리섬유 연료탱크 2개와 각종 전자제어 장치들이 들어 있다. 연료 완충 후 중량은 55㎏이다. 특히 로시의 제트추진 날개는 3단 접이식 구조라는 게 특징이다. 평상시에는 날개 끝이 접혀 있다가 항공기에서 빠져나온 뒤 날개를 펴고 비행을 시작하는 것. 영불해협 횡단이 가능했던 것도 이 같은 설계로 날개의 폭과 길이를 항공기 출입구보다 크게 만들면서 활공능력 극대화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 목숨을 건 도전
로시가 제트추진 날개 개발에 뛰어든 것은 10년 전부터다. 새처럼 하늘을 자유롭게 날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다. 처음에 그는 프랑스인 스카이다이버인 패트릭 가야돈이 디자인한 스카이다이빙 수트에서 제트추진 날개의 영감을 얻었다. 날다람쥐를 본떠 팔과 다리 사이에 나일론 막을 연결해 활공비행 능력을 높여주는 이 수트를 보며 항공기처럼 제트엔진이 장착된 튼튼한 날개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것. 하지만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먼저 개인이 감당하기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들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2년 전 스위스 명품시계 회사 위블로와 스폰서 계약을 맺기 전까지 매년 고급 스포츠카 1대를 살 수 있을 정도의 사재를 털어 넣었다고 한다. 시제품을 만든 후에는 직접 목숨을 건 테스트도 해야 했다. 아무도 아마추어 항공학자가 자기 집 창고에서 만든 발명품을 짊어지고 수천m 상공에서 뛰어내리려고 하지 않았던 탓이다. 스위스 공군에서 복무하던 시절 F-5 타이커Ⅱ, 호커 헌터, 닷소 미라지Ⅲ 등을 조종했고 20년간의 민간 제트기 운항과 1,400회 이상의 스카이다이빙 경력을 지닌 로지조차 지금껏 20여회 이상 생사의 고비를 넘겼다. 그는 “제트엔진 4개 중 하나라도 고장이 나거나 각 엔진 터빈의 연료공급 시점이 밀리 초(ms) 단위 수준으로 일치하지 않으면 통제불능 상태에서 무서운 속도로 추락하게 된다”며 “테스트를 할 때마다 극도의 긴장감이 온 몸을 휘감는다”고 설명했다. # 조종장치 없는 날개
로시의 제트추진 날개는 조종장치조차 없다. 양손으로 모터사이클과 유사한 스로틀 시스템을 조작해 추력을 올릴 수 있을 뿐 비행 방향을 제어할 수 있는 토글(toggle)이나 조종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로시를 조종사가 아닌 인간 새로 칭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방향전환은 어떻게 할까. 조종사의 몸이 방향타 역할을 하게 된다. 고개를 돌리고 등을 굽히고 발을 움직이는 등의 몸동작을 이용해 방향을 바꾸는 것. 이 점만 놓고 보면 마치 행글라이더만큼 단순한 것 같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제트엔진을 장착해 수백km의 속도를 내고 45도 각도로 수직 상승할 수도 있기 때문에 사소한 움직임 하나가 치명적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또한 현재의 제트추진 날개는 고속비행 상황에서 날개가 살짝 휘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이로써 사전경고 없이 순식간에 실속(失速)이 일어날 개연성이 높다. 로시 또한 자신의 발명품이 일반인들에게는 물론 전문 스카이다이버들에게도 매우 위험천만한(?) 물건임을 알고 있다. 이에 따라 가능한 한 다양한 안전장치들을 마련해놓았다. 언제든 조종사와 제트추진 날개를 분리할 수 있는 탈착형 하네스, 낙하산 전개가 필요한 고도 780m 지점을 음성으로 알려주는 헬멧, 고속회전 실속을 막기 위해 엔진 하나만 오작동돼도 모든 엔진의 작동을 멈추는 자동 셧다운 장치 등이 그것이다. 수트 또한 제트엔진의 고열에 대비, 뒤퐁의 초강력 방열섬유인 노맥스(Nomax)로 제작했다. 이 덕분에 로시는 지난 10년간 수많은 위험상황에 직면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번도 부상을 당한 적이 없다. # 수직 이륙하는 버전 개발
이렇듯 각고의 노력과 도전정신을 통해 성공한 영불해협 횡단은 로시의 꿈이 실현된 것과도 같다. 하지만 로시의 야망은 이제 막 날개를 펴고 비상을 준비하는 단계에 불과하다. 그의 궁극적 목표는 자신의 경험을 모든 사람들이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 다시 말해 일반인들도 손쉽게 조종할 수 있는 제트추진 날개를 개발하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스카이다이빙 마니아들이 즐길 수 있는 수준으로 안전성과 편의성을 증진시킬 계획이다. 이를 위해 로시는 일단 날개폭을 1.8m로 줄인 2세대 모델 개발에 착수했다. 현재 기본설계를 마친 뒤 스위스 루아그 에어로스페이스사에서 공기역학 시뮬레이션이 진행되고 있다. 그가 표방하는 최종 버전은 초음속 항공기들이 애용하는 일체형 삼각날개. 이는 복잡한 구조의 날개 접이장치를 제거해 중량 감소와 안전성 향상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날개의 소형화에 따른 양력 저하는 엔진의 추력을 높여 보충할 예정이며 이미 제트캣에 의뢰해 추력 70㎏의 대형 제트엔진 2개를 제작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이 같은 삼각날개와 대형 엔진 개발이 완료되면 항공기가 아닌 지상에서 곧바로 수직 이륙할 수 있는 이론적 조건이 갖춰진다. 총 추력이 140㎏에 달해 로시의 체중과 제트추진 날개의 중량을 더해도 추력 대 중량비가 1대1 수준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영화 속 슈퍼맨과 아이언맨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 로시는 “이르면 내년 중 2세대 모델 개발이 완료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를 타고 그랜드캐니언과 같은 협곡에서 멋진 공중곡예를 선보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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