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롯데쇼핑에서 최근 5년간 이사회가 중국 사업과 관련해 무려 50건을 의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안에는 법인 증자와 지급보증 같은 중국 내 경영현황을 모조리 알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어 신격호 총괄회장이 대표이사임에도 이사회를 무시하고 비선 보고와 개별 지시에만 의존해왔다는 게 사실로 드러났다.
공식 기구인 이사회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증거로 오너의 밀실경영에 이사회는 식물상태로 전락한 셈이다.
4일 서울경제신문이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최근 5년간 롯데쇼핑의 이사회 안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지난해만 해도 롯데쇼핑 이사회는 청두 반성강 프로젝트 외화차입 보증건을 비롯해 롯데시네마 웨이하이법인 지급보증, 롯데마트 베이징법인 자본금 증자건 등 6건을 의결했다.
이사회에 안건이 올라가면 해당 사업 시작 때부터의 상황과 증자 같은 지원의 필요성, 향후 전망이 적시된다.
결국 이사회 의결에도 대표이사가 중국 사업 내용을 모른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신격호 총괄회장은 중국 사업에서 1조원의 손실이 났다는 보고를 뒤늦게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듣고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의 밀실경영에 기업의 핵심인 이사회가 식물로 전락했든지 신동주 전 일본홀딩스 부회장 측이 거짓을 말하는 것이든지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제신문이 전수조사한 이사회 결과를 보면, 신격호 총괄 회장이 중국 사업의 손실을 뒤늦게 알았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조사 결과를 연도별로 보면 중국 사업 관련해서는 2010년 9건, 2011년 17건, 2012년 8건, 2013년 10건이 이사회서 처리됐다.
재계의 고위관계자는 "신격호 총괄회장은 이사회에 대부분 불참하지 않았겠느냐"며 "일본에서 '손가락 해임'을 한 것만 봐도 이런 전후 사정이 짐작이 간다"고 설명했다.
롯데쇼핑이 5년간 의결한 50건의 중국 관련 내용을 뜯어보면 상당히 구체적이다. 중국에서의 대대적인 사업확장과 경영상의 어려움도 알 수 있다. 쇼핑과 마트, 영화관, 지원법인까지 사실상 모든 중국사업을 직간접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
실제 2010년만 해도 중국 합자회사 설립건과 영화관 출점 2건을 비롯해 자본금 증자만 4건이 이사회에서 통과됐다. 2011년에는 롯데마트 중경과 성도 등 법인설립만 10건이 처리됐고 시네마 무한법인과 롯데마트 청도법인 증자 등 추가출자건만 4건이 의결됐다. 증자의 목적은 두 가지인데 영업확대를 위한 자본확대거나 손실보전용이다.
이같은 상황은 2012년에도 계속됐다. 2012년 1월에는 중국 그룹본부(HQ) 출자방안의 건의 통과됐고 4월에는 롯데쇼핑 베이징점 자본금 증자안이 처리됐다. 2013년 2월에도 웨이하이점 증자와 상해 글로벌소싱센터 법인청산건이 논의됐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사회를 격식을 차리는 거수기 정도로 생각해온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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