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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골프엿보기] 친절, 그 아픈 회초리

손국배 성남성심외과 원장10년전 큰 마음을 먹고 일본 여행을 간 적이 있다. 도쿄대학교 병원을 둘러 본 뒤 오사카 근교의 온천 휴양지에 갔다. 기왕 왔으니 일본의 본질에 다소 더 접근해보자는 생각이 들어 서양식 호텔 대신 정통 일본식여관에 묵었다. 수속을 마치고 다다미방에 도착하자 우리를 안내한 60세 가까이 보이는 매니저가 갑자기 마루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으며 공손히 영어로 또박또박 인사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순간 당황한 나는 서툰 영어로 응대한 뒤 내일 아침에 골프를 하고 싶다고 알선을 부탁하였다. 약 1시간뒤 그 매니저가 수십장의 팩시 인쇄물을 가지고 다시 내 방에 와서는 그 지방 골프장들의 위치와 등급 등을 색연필로 일일이 표시한 지도를 보여주며 자세히 설명해줬다. 다음날 아침의 택시까지도 예약해줬다. 나의 놀람은 골프장에서도 이어졌다. 캐디들은 하나같이 웃는 얼굴과 사근사근한 태도로 우리를 편하게 했고 미스 샷을 내더라도 얼굴 하나 찡그리지 않고 볼을 찾아 다녔다. 운동을 마친 뒤 프론트 여직원에게 다가 가 한자(韓字)와 영어를 섞어가며 더듬더듬 돌아갈 택시를 부탁할 때까지 그들의 친절은 끊이지 않았다. 겨우 내 뜻을 알아들은 그 여직원이 상냥하게 우리를 소파로 안내한 뒤 시내로 전화를 걸어 택시를 불렀다. 택시가 오자 여직원은 직접 운전기사에게 가서 한참을 부탁한다고 말하고 우리를 안내해 차문을 열고 닫아 준 뒤에 두손을 모으고 정중히 인사까지 했다. 돌아오는 택시속에서 일본전통여관의 60대 매니저, 이 골프장 캐디와 여직원의 친절에 깊은 감동과 강한 충격을 받은 나는 나와 내병원 직원들을 돌아보면서 참으로 많은 자성과 탄식을 금할 수 없었다. 나는 단지 돈을 더 벌기 위해 환자를 대할 때 가식적으로 친절을 베풀지 않았는가? 우리 병원직원들은 원장인 내가 무서워서 억지 친절로 환자를 대하지는 않았는가? 저 일본식여관 매니저나 골프장 여직원도 뭔가 두려워서 우리 한국인에게 이처럼 친절하고 자상하게 대한 것은 아닌가? 아니다. 그들은 그저 자기직분에 충실하면서 밝고 명랑하게 살아가는 것이리라. 이번 일본여행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가자! 내 병원에 돌아가서 우리 병원 환자들에게 저 일본의 매니저나 여직원처럼 맑은 미소와 친절로 대하는 원장과 병원직원이 되도록 하자! 벌써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들의 친절은 잊혀지지 않고 내 마음의 아픈 회초리로 간직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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