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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반도' 흥행과 스크린쿼터

영화 ‘한반도’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많은 언론의 혹평을 딛고 300만 가까운 관객을 끌어모으며 순항하고 있는 것. 올해 한국영화 최대의 기대주인 ‘괴물’도 역대 최고 예매율 기록을 갈아치우며 한국영화 쌍두마차를 형성했다. 두 영화의 폭발적 흥행 열기는 여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을 찍어누를 기세다. 하지만 두 영화의 선전을 바라보는 영화인들의 눈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스크린쿼터 때문이다. 논란 끝에 지난 7월1일자로 스크린쿼터의 일수가 기존 146일에서 절반인 73일로 축소됐다. 이미 상반기 ‘왕의 남자’의 대흥행으로 대부분 극장은 축소 이후 조정된 상영 일수인 109일의 상당 부분을 채운 상황. ‘한반도’와 ‘괴물’의 흥행으로 여름이 지나면 국내 대부분 극장이 한국영화 의무상영 일수를 채울 것이다. 문제는 그 이후. 영화인들이 걱정하는 것은 쿼터 일수를 채운 이후에도 과연 한국영화가 계속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특히 군소제작사들은 자신들의 영화가 제대로 관객들과 만날 수나 있을지 걱정이다. 기존에는 아이디어와 상상력만으로 승부가 가능했지만 쿼터의 보호가 사라진다면 ‘한반도’나 ‘괴물’같이 극장의 눈을 끌 만한 대규모 볼거리가 없는 자신들의 영화가 극장에 걸릴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이다. 1월 ‘왕의 남자’는 역대 최다 관객동원 기록을 깨며 ‘한국영화의 경쟁력’을 증명한 바 있다. 의무상영 일수 축소를 주장하는 측은 이를 쿼터 축소의 주요 근거로 들었다. 분명 한국영화는 할리우드에 맞설 만한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쿼터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면 관객을 만날 수 있는 영화는 ‘한반도’나 ‘괴물’급의 외형적 경쟁력을 갖춘 영화들만이 될 것이다. 정작 영화계의 저변을 넓히고 우리 사회의 문화적 상상력을 풍부하게 하는 작은 영화의 살길은 사라진다. 13억원의 적은 제작비를 들이고도 관객몰이에 성공했던 ‘달콤, 살벌한 연인’ 같은 신선한 한국영화를 만날 수 없게 된다면 너무 안타깝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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