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헤지펀드 거물 가운데 상위 25명은 지난해 무려 211억5,000만달러(약 21조7,740억원)을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불평등이 글로벌 경제회복의 걸림돌로 지적되는 가운데 일부 헤지펀드 매니저는 뉴욕증시 지수에도 못 미치는 수익률을 내고도 천문학적 순수입을 올려 또 한번 '월가의 탐욕'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월간 경제잡지 '인스티튜셔널인베스터스알파'의 자료를 인용해 "이른바 '상위 1%'인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갈수록 부자가 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NYT에 따르면 미 헤지펀드 매니저 상위 25명이 지난해 세금 등을 제외하고 벌어들인 순수입은 1인당 평균 8억4,600만달러(약 8,710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10년 이후 가장 많고 2012년에 비해서는 50%나 늘어난 것이다.
1위는 헤지펀드 아팔루사매니지먼트의 데이비드 테퍼 회장으로 35억달러를 집으로 가져갔다. 그는 미 항공산업 회복과 금융 및 자동차 주식 등에 베팅해 42%의 수익률을 투자가들에 돌려줬다. 테퍼 회장은 2002년에도 22억달러의 순수입을 올려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헤지펀드 거물들의 수입이 어마어마한 것은 전체 운용자산 가치의 2%에다 운용자산으로 벌어들인 수익의 20%를 더한 이른바 '2+20'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나빠도 이름값을 내세워 자산규모만 불리면 수입도 많다는 뜻이다.
SAC캐피털어드바이저 창업자인 스티븐 코언은 순수익 24억달러로 2위를 차지했다. 그의 지난해 투자 수익률은 20.1%로 헤지펀드 거물 가운데 상대적으로 저조했음에도 운용자산 수익의 50%를 자신의 소득으로 회수했다. 다만 코언은 내년부터 순수입 순위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그는 지난해 내부자거래와 사기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12억달러의 벌금을 내는 동시에 외부투자를 유치하지 않기로 미 금융당국과 합의했다. 3위는 폴슨앤드코 운영자인 존 폴슨으로 23억달러에 달했다. 그는 지난해 정보통신·바이오주 등에 투자해 63%의 수익률을 올렸다.
형편없는 수익률을 가지고 막대한 수입을 챙긴 사례도 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의 창업자 레이 달리오는 6억달러의 수입을 거둬 10위에 올랐다. 하지만 그의 수익률은 3.5~5.3%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상승률 32.4%(배당 포함)에 턱없이 못 미쳤다. 주주행동주의자로 유명한 대니얼 로엡은 7억달러를 벌어들여 9위를 차지했다. 수익률은 26%였다.
NYT는 "지난해 헤지펀드 업계 전체의 평균 수익률은 9.1%에 불과한데도 상당수 헤지펀드 거물들이 투자가들의 빈약한 수익을 수수료 명목 등으로 더 깎아내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대다수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지난 5년간 수익률이 저조해 수익도 적었다는 게 파이낸셜타임스(FT)의 설명이다. 미국 내 '상위 1%'인 헤지펀드계에도 양극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대표적 헤지펀드 거물인 조지 소로스나 칼 아이칸은 상위 25명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들은 가족 자금으로만 펀드를 운용해 외부자금 운용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다만 2월 FT는 헤지펀드 투자회사인 LCH인베스트먼트 집계를 인용해 소로스가 지난해 55억달러를 벌어들여 '헤지펀드 왕' 자리를 되찾았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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