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대외정책에 대해 사사건건 반대해온 폴란드가 최근 친러 정책으로 급선회하면서 러시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또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및 유럽연합(EU) 등 국제기구 가입여부도 관심을 끌고 있다. 이와 관련, 서방 국가들은 이달 출범한 폴란드의 새 정부가 1989년 소련붕괴이후 지속해 온 친서방정책을 폐기할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7일(현지시간) 폴란드의 신임 총리 도날드 투스크(사진)는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러시아의 OECD 가입에 반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투스크 총리는 기자들에게 "러시아측에 OECD 가입에 대한 폴란드의 반대 입장을 철회하겠다고 통보했다"며 "이는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첫번째 조치"라고 말했다. 대신 폴란드는 2005년부터 지속돼 온 러시아의 돼지고기 수입 금지조치의 해제 등 경제적 실익을 기대하고 있다. OECD는 지난 5월 러시아와 에스토니아, 칠레, 이스라엘, 슬로베니아의 회원 가입 문제를 논의했다. OECD는 회원국간 합의로 의사결정이 이뤄지기 때문에 폴란드의 입장 변경으로 러시아의 OECD 가입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투스크 총리는 지난 16일 총리직에 취임하면서 이라크 주둔 폴란드 병력을 철수할 방침을 밝힌 데 이어 미국의 동유럽 미사일방어(MD) 기지를 폴란드에 설치하는 문제를 재고할 것이라고 말해 새 정부의 대외정책에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새 총리의 이 같은 정책 선회가 폴란드의 전통적인 '동서 등거리 외교정책'으로의 회복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투스크가 이끄는 자유시민연합은 지난 10월 21일 선거에서 보수정의당을 패퇴시켰다. 그러나 외신들은 새 총리의 방향 수정이 보수당 출신의 현직 대통령인 레흐 카친스키와의 갈등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AFP통신은 "폴란드가 반대를 철회했다고 해서 곧바로 러시아가 OECD의 일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회원국 가입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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