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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저축은행] <상> 대출 1년새 무려 14조 줄어… 존재 가치 잃어간다

<상><br>대출·예금 나홀로 역주행<br>금융 영향력 갈수록 축소<br>"더 유지할 필요있나" 지적


지난해 하반기 퇴출당한 토마토저축은행이 가지급금을 지급하자 예금자들이 초조한 모습으로 길게 줄지어 서 있다. 금융 당국은 다음달 상순 추가 퇴출 명단을 발표할 계획이다. /서울경제DB

저축은행 업계는 다음달 또 한 번의 구조조정 회오리에 휩싸일 예정이다. 지난해 금융 당국의 경영진단에서 조건부로 살아남은 5곳과 적기시정조치를 받았던 1곳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조만간 결정되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대형사 최소 1~2곳, 많게는 3~4개까지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잇단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등으로 저축은행의 여ㆍ수신이 급격히 줄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대형사 영업정지는 저축은행 업계에 치명타일 수밖에 없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저축은행이 '반드시 필요한가'라는 의문을 던지기도 한다. 벼랑 끝에 몰린 저축은행 업계의 현황과 해결방안을 상ㆍ하, 두 차례에 걸쳐 알아본다.

저축은행이 금융산업 구성원으로서의 존재 가치를 잃고 있다. 은행ㆍ카드ㆍ캐피털ㆍ보험ㆍ상호금융사ㆍ대부업 등 금융권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던 저축은행이 '없어도 되는' 상태에 이르렀다. 영업정지 사태를 거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저축은행의 대출잔액이 2,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대형 지점만도 못한 실정이다. 기대가 컸던 금융지주사 계열 저축은행도 리스크 관리에만 치중하다 보니 저축은행의 앞날에 먹구름만 가득한 셈이다.

◇존재 의미 없는 저축은행=애초 저축은행은 지역 서민과 중소기업에 대출을 담당하는 금융사로 등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잇단 영업정지 사태 이후 몸집이 크게 줄어들면서 지역에 미치는 영향력이 대폭 감소해 있으나마나 한 지경까지 이르렀다. 새마을금고나 신용협동조합ㆍ농협 등 지역기반의 다른 금융사를 감안하면 "저축은행을 유지해야 하느냐"하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부산 지역 대출은 지난 2010년 11월 8조9,742억원에서 지난해 11월 3조2,952억원으로 무려 64%나 줄었다. 같은 기간 농협의 부산 지역 대출은 4조7,538억원에서 5조2,579억원을 급증하며 저축은행을 따돌렸다. 지난해 11월 실적으로는 새마을금고(4조3,025억원)도 저축은행을 제쳤다.

지난해 저축은행 대전 지역 여신(2,330억원)도 전년과 비교해 5분의1 토막 난 반면 신협과 농협ㆍ새마을금고 등은 최대 20%가량 증가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 충북과 경북만 제외하고 1년 새 경기ㆍ강원ㆍ충남ㆍ전북ㆍ전남ㆍ경남ㆍ제주 등지에서 저축은행만 대출이 줄었다. 과열 논란이 나올 정도로 다른 서민금융기관의 대출 증가율은 20~30%에 이르지만 저축은행만 성장의 기반인 여신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울산(1,377억원), 강원(2,335억원), 제주(2,375억원), 전남(2,894억원) 등지는 지역 내 전체 저축은행의 대출합계가 1,000억~2,000억원에 불과하다.

예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고금리로 예금을 유치하다 보니 대출보다는 유치실적이 나은 형평이지만 다른 금융사들의 수신이 증가할 때 나 홀로 역주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저축은행들이 잇달아 퇴출당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저축은행이 금융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하게 줄고 있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제기된다. 저축은행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역 내 대출이 1,000억~2,000억원 밖에 안 되는데 저축은행업을 더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고 토로했다.

◇금융지주 계열도 몸 사리기=금융권에서는 금융지주사 계열 저축은행이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지배적이었다. 저축은행 업계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는 바람이 작용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금융지주사의 공격 영업에 기존 저축은행이 위축될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금융지주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겉으로는 연계 영업을 얘기하고 있지만 은행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저축은행을 키울 이유가 없다"며 "사고나 치지 않는 수준에서 현상을 유지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금융지주사가 저축은행업 발전에 크게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금융권의 고위관계자는 "금융지주사가 저축은행을 산업으로 보고 이를 키울 것이라고 보는 것은 오산"이라며 "금융그룹 수익이 2조~3조원씩 나는 상황에서 계열 저축은행이 공격영업으로 수십억원의 순익을 내봐야 의미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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