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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콘서트] 셰일혁명과 에너지 선물시장


유전 개발 프로젝트는 막대한 자본과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사업이다. 생산되는 원유의 양이 초기 추정량에 미치지 못하거나 향후 원유 가격이 하락해 수익성이 낮아질 위험을 안고 있다.

원유 가격이 하락할 위험은 파생상품을 통해 손쉽게 헤지가 가능하기 때문에 대다수 프로젝트들은 이를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해외 유전 개발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예정 생산량의 일정 비율을 파생상품으로 헤지해 투자자들에게 안정된 수익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에너지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이러한 에너지 개발 사업의 헤지 활동으로 인한 시장의 변화가 이슈가 되고 있다.

잘 알려져 있듯이 북미에서 셰일층의 오일ㆍ가스 개발 열풍이 불고 있는데 개발 사업자는 미래의 판매가격을 고정하기 위해 판매 시점에 대한 선물이나 스와프를 매도해야 한다. 이러한 헤지 활동에 의해 수년 후에 해당하는 선물에 대한 매도 물량이 증가해 원유 선물의 기간 구조는 이전에 비해 확연히 달라지게 됐다.

실제 지난 8월 말 시점의 최근 월물(10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이 배럴당 107.65달러에 마감될 때 이보다 5년 후에 인도되는 월물은 81.50달러를 기록했다. 5년 후 인도물이 26.15달러나 싸게 거래된 것이다.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8월 말에는 10달러 미만의 가격 차이를 기록했고 5년 전인 2008년도에는 오히려 5년물 선물이 최근 월물보다 6달러 이상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는 점을 상기하면 커다란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는 물론 다른 원인도 있지만 셰일 혁명이 선물 가격을 현물 가격에 비해 현저히 낮춰놓는 데 일조한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가격의 변화를 통해 선물 시장은 실물 시장에 몇 가지 신호를 보내주고 있다. 먼저 헤지용으로 매도해야 하는 선물 가격이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프로젝트들은 사업 수익성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게 됐다.

헤지가 불가능해 가격 변동 위험에 노출되면 신용등급의 하락으로 시장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 반면 원유를 소비하는 정유회사 등은 낮은 선물 가격에서 향후 원유 공급이 비교적 충분해질 것을 예상하고 이를 바탕으로 구매 계획을 세워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향후 경기 회복을 예상하는 참여자에게 낮은 선물 가격은 저가 매수의 기회를 제공해준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선물 시장은 단순히 헤지 수단을 제공하는 역할뿐 아니라 미래 현물 시장의 수급의 균형을 맞춰주는 조절자의 역할까지 수행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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