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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에도 일단 버티자"… 달라진 증권맨

이직할 곳 찾기 어려워져

희망퇴직 신청자 수 적어

노조결성·파업 나서기도

금융투자 업계는 다른 곳에 비해 노동 유연성이 높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보다 개인의 능력에 따라 수시로 직장을 옮기고 이직이 몸값 상승의 주요한 도구로 활용되기도 했다. 지난해 말 SK증권·한화투자증권·KTB증권 등이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할 때만 해도 이를 둘러싼 마찰음이 크지 않았다. 우량 자산가 고객을 다수 확보한 증권맨은 타 증권사로부터 되레 '모셔오기' 대접을 받기도 했다.

올 들어 증권가 인력 시장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증권사들이 실적 악화에 허덕이며 상시 구조조정 체제에 접어들자 '일단은 버티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증권가 한파에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관둬도 이직할 곳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증권가 2차 구조조정의 포문을 연 삼성증권(016360)과 하나대투증권은 희망퇴직 신청자가 저조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각각 4월 17일과 19일부터 희망퇴직 접수를 시작한 하나대투증권과 삼성증권은 2일 현재까지도 희망퇴직 접수를 마감하지 못해 기한을 계속 연기하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은 1,600여명의 인력 중 10%를 희망퇴직으로 내보낼 계획이다. 삼성증권은 2,730여명의 인력 중 300~500명가량이 희망퇴직 대상이다. 특히 삼성증권은 희망퇴직의 원활한 실시를 위해 업계 최고 수준의 위로금을 제안하고 있다. 부장급은 최대 2억6,000만원, 차장급은 최대 2억2,000만원의 위로금을 받아갈 수 있지만 직원들 반응이 시원치 않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희망퇴직 대상인 차ㆍ부장급보다 아예 다른 업종으로 이직이 가능한 연차인 과장ㆍ대리급 직원들이 다수 희망퇴직을 신청해 사측에서 이들에 대한 설득 작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소극적인 반격을 넘어 파업을 예고하는 증권사도 있다.

농협증권과의 통합을 앞두고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투자증권(005940)은 오는 8일 본점과 전국의 영업점이 모두 참여하는 파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후 게릴라 파업을 통해 인력 구조조정을 저지하겠다는 계획이다.

노조가 없는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노조 결성 움직임도 활발하다. 차후 발생할지 모르는 인력 구조조정에 대비해 단체행동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의도다.

올해 1월 대신증권에 이어 지난달에는 HMC투자증권이 노조를 설립했다. 이 밖에 2~3곳의 중소형 증권사에서 노조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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