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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문'

요시모토 바나나 '허니문'80년대 후반부터 무라카미 하루키와 더불어 일본 독서시장의 인기를 양분하고 있는 요시모토 바나나(36)의 새 소설<허니문>(민음사)이 우리말로 번역 소개됐다. 80년대 이후 일본문학은 교양주의와 엄숙주의의 껍데기를 걷어내고 소위 하위문화로 치부됐던 팝이나 영화 따위의 대중문화 장르와 결합을 시도, 독자들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 서막을 열었다면, 바나나는 그 열매를 맺게한 셈인데 그녀의 가장 큰 특징을 순정만화의 소설화쯤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치열한 사회의식 대신 소녀만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주인공들이 등장하고, 영상적 감각을 고려한 장면잇기, 만화의 대사처럼 잘게 썰어진 대사 등 동시대 독자들의 취향에 부합하면서 그들을 팬으로 열광케 할 수 있었던 것. <허니문>역시 이러한 그녀의 문학적 특질이 그대로 반영된 작품. 사랑과 꿈이 필요한 십대들이 사춘기를 거치면서 바깥세상과 만나고 그것과 화해하기까지의 방황을 그렸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소년 히로시와, 그의 옆집에 사는 소녀 마나카의 우정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 전작<키친>이나<도마뱀>에서처럼,<허니문>의 주인공들도 자기만의 비밀과 상처를 안고 있다. 히로시의 부모는 사교에 빠져 미국서 집단자살하고, 마나카는 어릴적 부모가 이혼하는 바람에 새엄마와 살고 있다. 열여덟살에 결혼한 어린 커플은 서로의 상처를 고 보듬으며 세상의 신비로움에 눈떠간다. 죽은 할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우울해하던 히로시와 마나카는 그녀의 친엄나가 살고 있는 호주로 허니문을 떠나고, 그곳에서 어른으로 변해가는 자신들의 모습을 들여다보게 된다. ‘우리는 누구든, 저 밀리서 보면 가혹하고 차갑고 거친 바다속, 회색 파도에 휩싸여, 헤엄치고, 놀다가, 마침내 없어져 이 거대한 세계 어딘가로 녹아든다. 아까 바람을 맞으며 회색 바다에서 노니는 돌고래를 바라본 우리들이 숨을 삼켰던 것처럼, 우리들의 생 역시, 분명, 한없이 아름다운 것이리라.’ 고전적 교양 따위를 기대할 일은 아니다. 다만 “소설을 통해서 한 편의 영화를 보거나 좋은 노래를 들었을 때와 같은 감동을 전할 수 있다면...”이라는 작가의 소박한 희망만은 믿을 수 있겠다. 전경우 기자입력시간 2000/04/09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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