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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갓 졸업한 스물여섯 청년의 손에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이 들려 있었다. 공부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열심히 뛰어다니다 보니 어느 순간 최고 영업 사업이 되었다. 성실함으로 보낸 10년, 주변에서 그의 됨됨이와 뛰어난 영업 능력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전기청소기업체 커버사의 러브콜을 받고 한국 지사장이 됐다. 커버사를 떠나 다시 옮긴 생활가전 판매업체 신성CNG에선 처음에 이사직을 맡았다가 회사를 인수하고 대표이사까지 역임했다. 하지만 탄탄대로를 달리던 그도 IMF 경제 위기를 피하지는 못했다. 잘 나가던 회사가 파산 지경에 이르렀다. 궁지에 몰렸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2003년 피부관리 전문점 '이지은 레드클럽', 2009년 수제 삼각김밥 전문점 '오니기리와 이규동'을 열며 기존에 없던 새로운 아이템을 시장에 선보이며 결국 재기에 성공했다. 이명훈(60·사진) 오니규 대표가 지난 34년간 살아온 길이다.
2000년대 초중반 피부관리 전문점·수제 일본식 삼각김밥으로 성공을 거둔 이 대표는 프랜차이즈업계에서 새 시장 발굴의 귀재로 통한다. 그런 그가 지난 1월 다시 '1만원 스테이크'를 판매하는 리즈스테이크갤러리를 론칭하며 새로운 틈새 시장 발굴에 나섰다. 그는 "스테이크 시장에는 이미 경쟁자가 많지만 추가 성장 여력도 보였다"며 "소비자들이 가격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만원 실속 스테이크로 공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식 삼각김밥으로 대학가를 주름잡은 이 대표는 가족들과 패밀리 레스토랑을 찾았다가 스테이크 메뉴 개발의 필요성을 느끼고 직접 개발에 나섰다. 패밀리레스토랑이 고객들의 외면을 받은 이유가 노후화된 메뉴와 5만원 대의 높은 가격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스테이크는 격식을 차리고 먹는 비싼 음식이라는 편견을 깨고 스테이크를 대중화하는 게 목표"라면서 "건강과 웰빙을 추구하면서도 불황 속 품질, 가격까지 꼼꼼히 따지는 실속소비 경향이 강해진 트렌드에 따라 가성비 좋은 스테이크로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가격 거품을 제거했다. 소고기, 그릴 목살, 닭다리 등 스테이크 고기 가격을 7,900~9,900원 정도로 낮췄다. 스테이크 접시에 샐러드, 감자튀김, 볶음밥을 더해 메뉴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단품 아이템의 단조로움을 깨기 위해 쌀국수, 볶음밥 등 컬래버레이션 메뉴로 고객 선택의 폭도 넓혔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에서는 소고기만 스테이크라고 생각하지만 해외에서는 소고기, 양고기, 닭고기, 생선 등 다양한 고기를 스테이크에 이용한다"며 "고기 메뉴 다양화를 통해 스테이크 문화를 재탄생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즈스테이크갤러리가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이유는 결제 시스템에 있다. 빠른 결제 처리로 스테이크 전문점들이 겪는 재료 수급의 문제를 해결했다. 그는 "외식 사업에서 고객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식재료 공급업체이기 때문에 체계적인 물류 시스템과 결제 체계로 식재료 공급업체와의 신뢰를 오랫동안 쌓아오고 있다"며 "식재료 원가를 절감함으로써 본사와 가맹점주의 부담은 줄이고 수익률은 높였다"고 강조했다.
현재 역삼 1호점을 운영 중인 리즈스테이크갤러리는 이달 건국대점을 시작으로 내달 공덕, 신촌, 위례신도시, 안산중앙동, 건국대2호점 등 6개 점포를 연이어 오픈한다.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문을 연 역삼점이 강남에서 7,900원짜리 가성비 좋은 스테이크 전문점으로 입소문이 퍼졌다"면서 "158㎡(약 48평) 매장에서 주 6일 운영으로 월 4,000만원의 수익을 달성했고 올 하반기까지 30호점 가맹점 운영을 목표로 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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