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론] ISD 논란의 진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과 부수 이행법안이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지난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됐다."참을 만큼 참았다"며 강행 처리한 여권도 문제지만 "나라 팔아먹은 협상"이라며 비준안 처리에 반대만 해온 야권의 논리는 더욱 믿음이 가지 않는다. 똑같은 사물을 보고도 이렇게 시각을 달리하니 일본이 임진왜란을 일으킬지 여부를 둘러싸고 조선 조정에서 벌어졌던 논란이 이해가 된다. 야권의 논리가 권력에 굶주린 악의적 곡해가 아니라 단순한 오해이기를 바랄 뿐이다. 정당한 공공복지조치 제소 못해 여야 갈등은 주로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특히 간접수용제도를 두고 벌어졌다. 이 제도는 국민의 건강ㆍ안전ㆍ위생과 같은 공공 서비스 제도시행으로 상대국 투자자가 피해를 입은 경우 피해보상 소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야권은 간접수용제도가 정확하게 무엇이며, 왜 협정에 포함됐는지, 외국인 투자자만을 위한 것인지, 안전장치는 없는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하지 않는다. 그냥 국민의 생명ㆍ안전을 위한 제도를 시행한다는 이유로 외국인 투자자에게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주장할 뿐이다. 야권의 주장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속내를 조금만 더 살펴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간접수용제도는 정부가 국민의 재산을 공식적으로 빼앗지는 않았지만 어떤 조치로 인해 사실상 빼앗는 효과가 있다면 보상해주라는 것이다. 하지만 얼마만큼 빼앗아야 보상해줘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우리나라는 이에 관한 법률이 없다. 다행히 대법원이 '특별희생의 법리'라는 것을 만들어 사회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부담을 개인에게 안기는 경우에 보상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을 뿐이다. 미국도 대법원이 간접수용제도를 인정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로 재산권이 박탈돼야 하는가에 대한 정립된 기준은 아직까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한미 FTA에는 상대적으로 분명한 기준이 있다. 간접수용에 관한 부속서라는 것을 만들어 야권이 우려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둔 것이다. 이에 따라 공중보건ㆍ안전ㆍ환경 및 부동산 가격 안정화와 같은 정당한 공공복지 조치는 간접수용에 해당되지 않는다. 다만 공공복지 조치가 목적이나 효과에 비춰 극도로 심각하거나 비례적이지 않은 경우에는 보상이 필요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도 두고 있다. 도룡뇽 수십마리를 보호하기 위해 경부고속철도를 철거하라고 한다면 극도로 심각하거나 비례성이 없는 조치라 할 수 있다. 정부가 공공복지라는 미명(美名)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아주 사소한 목적을 위해 외국인 투자자의 재산을 사실상 전면적으로 사용 금지하거나 빼앗는 경우라면 간접수용에 해당될 수 있다. 한국에 투자한 미국 기업이나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이라고 해서 이런 경우에조차 보상해주지 않겠다는 것은 고약한 심보에 불과하다. 국민 재산권 보호입법 서둘러야 우리나라에는 도시의 무분별한 개발과 깨끗한 공기를 위해 징검다리 모양으로 그린벨트를 지정해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또한 깨끗한 물을 제공할 수 있도록 상수원 보호구역을 지정해 건축 인ㆍ허가를 제한하고 있다. 모두 간접수용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린벨트나 상수원 보호구역에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는 가난한 서민들이 많이 살고 있는 데도 보상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필자는 듣지 못했다. 간접수용제도를 이유로 무조건 비준을 반대할 것이 아니라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여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이 열린 시각이고 정치라 할 수 있다. 기존의 행정조치로 인한 피해는 보상하지 못하더라도 새로운 피해에는 보상이 가능하도록 법률이라도 만드는 것이 진정한 서민정책일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