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은 높은 실업률로 생산능력이 떨어진 데다가 민간부문 부채조정과 신재정협약에 의한 정부부채 축소로 실물경기 회복에 발목을 잡힌 상태다. 미국경제도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상태지만 부동산가격 회복과 제조업경기 개선의 탄력이 약화돼 성장모멘텀에 대한 기대가 약화됐다. 투자자들이 선진국에 비해 글로벌 침체에 타격이 적은 신흥국채권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3월 이후 신흥국 채권펀드로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해외채권펀드 중 신흥국 채권펀드로 유입된 자금은 지난 3월 147억원을 기록한 후 4월에는 261억원, 5월에는 24일 기준으로 597억원의 자금이 들어오며 매달 자금 유입 규모가 두 배 가까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신흥국채권펀드로의 자금유입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정준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로존의 위기상황이 긍정적으로 바뀌기 전까지는 신흥국채권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며 "유럽국가들이 긴축정책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스 2차 총선이 이뤄지는 6월 17일까지 뚜렷한 해법을 보일 가능성이 적다"고 내다봤다. 이어 이 연구원은 "경기상황이 불확실한 미국이나 유럽보다 신흥국은 상대적으로 안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부각되는 모습이다"고 설명했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연구원도 "2ㆍ4분기 들어 선진국들의 정책이 약화되자 금융시장의 불안이 다시 확산되기 시작했다"며 "미국 경제도 민간 스스로 성장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선진국들의 경기침체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선진국에 비해 금리수준이 높은 신흥국채권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신흥국채권펀드들은 부진한 장세 속에서도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5월 24일 기준 피델리티이머징마켓채권펀드는 연초 이후 6.10%, 피델리티월지금이머징마켓채권펀드도 6.0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또 한화스트래티직인컴1과 하이이머징마켓본드로 각각 5.96%, 4.28%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2월 유럽의 2차 LTRO와 영국, 일본의 양적완화로 풀린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이 갈 곳을 찾지 못한 상황"이라며 "유럽 등 선진국들의 경제가 불안에 따라 채권금리가 낮아지면서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이 선진국들보다 금리가 높은 신흥국채권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상훈 하나대투증권 채권ㆍ투자전략 팀장도 "현재 재정수준이 안전하면서 금리가 높은 것은 이머징마켓"이라며 "유럽국가들의 국가등급이 떨어진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신흥국채권으로 관심을 돌리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흥국채권펀드에 투자할 때 환율 등 투자위험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김상훈 하나대투증권 채권ㆍ투자전략 팀장은 "신흥국채권은 신흥국 통화가 강세를 보여야 투자수익이 날 수 있다"며 "하지만 글로벌침체로 인해 통화강세기조가 유지되지 않으면 신흥국채권펀드에서 손실이 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준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선진국들의 경제가 불안을 보이면서 해외하이일드펀드나 신흥국채권펀드에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향후 유로존 위기의 방향에 따라 일시적인 자금유입으로 판단될 수도 있다"며 "유로존위기상황을 꾸준히 지켜보면서 신흥국채권에 대한 투자를 해야 손실을 막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 하이자산운용 이머징마켓본드펀드 이러한 안정성을 기반으로 하이이머징마켓본드펀드는 연초 후 4.28%, 설정 후 수익률은 46.30%를 기록하고 있다. 또 벤치마크 대비로도 최근 1년 0.93%, 최근 3년 4.81% 초과 수익을 달성하고 있다. 이 펀드의 운용전략은 거시 분석에 따른 지역별, 펀드별 배분을 하는 동시에 면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시장금리 +a를 추구한다. 글로벌 매크로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지역 또는 국가에 대한 비중을 조절해 수익률을 내는 전략으로 운용된다. 지난해 유가 상승 때는 러시아 투자비중이 높은 펀드에 대한 편입을 확대해 수익률을 높이기도 했다. 또 위험 선호와 회피에 따른 적극적 자산배분을 실행한다. 위험자산 선호가 강할 때는 신흥국 통화 강세로 인한 수익률 상승이 예상되는 국면에서 현지 통화 표시 채권펀드의 비중을 늘려 수익률 상승을 추구한다. 하이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는 "IMF에 따르면 세계GDP중 신흥국 비중이 2000년에 20.3%였지만 2011년에는 35.6%로 증가했다"며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신흥국이 세계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있어 신흥국채권의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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