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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햄릿'

록·힙합에 러브 스토리 부각<br>어두움 벗고 경쾌해진 햄릿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은 400여년 동안 사랑받아온 고전 중의 고전이다. 연극 무대에서 주로 만났던 '햄릿'이 비극의 정수답게 비장하면서도 숨가쁜 질주로 관객을 몰입시켰다면 뮤지컬 무대에 오른 록 버전 '햄릿'은 특유의 어두움을 한 꺼풀 벗어 던진 경쾌함을 선사한다. 지난 1999년 체코에서 초연된 후 미국 브로드웨이까지 성공적으로 진출한 뮤지컬 '햄릿'이 한국 무대에서의 시즌1(2007년), 시즌2(2008년), 월드버전(2009년)을 거쳐 보다 진화된 모습으로 다시 관객을 찾아왔다. 뮤지컬 '햄릿'은 강렬한 록 비트의 음악, 감미로운 발라드, 신나는 스윙댄스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고전적인 스토리와 어우러져 "셰익스피어의 원전을 유럽의 선율 속에 가장 잘 표현해 낸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특히 이번 버전에선 힙합이나 랩 등 다양한 음악 장르가 추가되면서 기존 버전에 비해 더욱 뮤지컬답게 진화했다. 독특한 텍스트 해석도 눈길을 끈다. 햄릿의 복수극이 기본적인 뼈대를 이루긴 하지만 뮤지컬 관객의 눈높이에 맞춰 주인공들의 애절한 러브 스토리가 강하게 부각된다. 햄릿(김수용, 박은태)과 오필리어(윤공주)의 안타까운 사랑에 햄릿의 아버지를 독살한 삼촌 클라우디우스(서범석, 윤영석)와 햄릿의 어머니 거트루드(신영숙)의 사랑 이야기가 비중 있게 삽입됐다. 클라우디우스는 형수 거트루드를 사랑했고, 남편에게 사랑받기를 원했지만 외로웠던 거트루드는 클라우디우스를 사랑하게 된다는 내용이 부각됨으로써 그들의 행동에 당위성이 부여된 셈이다. 미국과는 차별화되는 유럽 문화 특유의 깊이와 웅장함이 있는데다 화려한 의상과 인테리어등 무대 디자인에도 공을 들였다. 무대 중앙에 설치된 회전 무대는 회전 방향에 따라 성이나 절벽이 되기도 하고 거트루드의 방이나 햄릿의 침실로 변신하기도 한다. 무대 양 옆으로 세워진 건물도 배우들이 오르내리며 작품 전체의 입체감을 살리는 데 유용했다는 평가다. 햄릿과 레어티스의 결투 장면은 빠르게 움직이는 회전 무대와 결합돼 역동적인 볼거리를 안겼으며 하얀 옷을 입은 오필리어가 나비처럼 두 팔을 펼치고 높은 난간에서 아래로 툭 떨어질 때는 관객 사이에서 비명 소리가 흘러나왔다. 뮤지컬을 통해 햄릿의 또 다른 면모를 만나는 즐거움이 있지만 다만 검정 가죽 바지를 입은 햄릿이 근육질 상반신을 드러내면서 무대 위를 뛰어다니고, 햄릿과 오필리어의 잠자리가 노골적으로 재현되는 장면은 관람 등급(만7세)에 다소 부적절한 듯한 아쉬움이 남는다. 12월 17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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