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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때문에… 영국 떠나는 은행들

■ 과세함정에 빠진 英

4년간 무려 9차례 올려 경영압박 심화

외국계 이어 자국은행까지 엑소더스

일부 사업부문 아시아로 이전 움직임


런던의 금융 중심지 카나리 워프. /서울경제DB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HSBC가 최근 일부 사업 부문 본사를 아시아로 옮기겠다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현지 금융권은 발칵 뒤집혔다. 유럽 최대 은행인 HSBC의 이탈은 '금융허브'를 자처하던 런던의 위상을 흔드는 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심각한 것은 금융권의 탈런던이 HSBC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탠다드차타드 역시 아시아로 일부 사업 부문을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외국계 은행인 씨티그룹과 JP모건·UBS도 비슷한 고민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이 이처럼 런던을 떠나려는 배경에는 과도한 '은행부담금(bank levy)'이 있다. 영국 내 은행들이 속칭 은행세로 불러온 준조세인 과도한 은행부담금 부담으로 더 이상 런던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부담금이란 영국이 지난 2011년 1월부터 도입한 준조세로 200억파운드 이상(과세표준 기준)의 증권과 채무자산 등에 부과된다. 기본자본(tier1 capital), 예금보험 대상 개인예금, 특정 보험가입자 지급채무, 특정 재평가적립금, 조세채무(이연조세채무 포함), 특정 퇴직금채무, 금융서비스 보상계획상의 보상지급채무, 고객자금, 법정지폐 발행 관련 채무 등이 구체적인 부과 대상 자산이다.



이들 자산의 성격을 보면 채무 성격이 짙어 과도하게 덩어리가 커지면 자칫 은행의 지급부담을 늘려 유동성 부족 사태에 빠뜨릴 수 있다. 따라서 은행부담금은 이 같은 자산의 규모를 줄여 과거와 같은 금융위기 재발을 막겠다는 차원에서 도입됐다.

그러나 이 같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요율이 과도하게 올라 영국의 산업근간인 은행업을 옥죄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 금융권의 비판이다. 은행부담금은 2011년 도입 당시 요율이 0.04%에 불과했지만 이듬해 0.07%로 오르는 등 올해 4월까지 총 9차례나 올라 현재는 0.27%에 이르렀다. 딜로이트컨설팅은 올해 4월의 인상 효과에 대해 "대략 30%의 영국 내 대형 은행그룹과 주택금융조합이 영향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또한 이번 요율 인상으로 연간 9억파운드가 더 걷힐 것으로 예상돼 향후 5년간 연간 37억파운드씩의 부담금이 걷힐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그만큼 은행들의 부담이 커진다는 뜻이다.

부과 기준도 논란거리다. 기업의 수익규모가 아니라 자산규모를 기준으로 부과되다 보니 은행이 적자를 내도 납부해야 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특히 자사 사업 부문 중 환매조건부채권 거래 부문의 해외 이전 여부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업 부문은 회계상 은행의 자산규모를 불필요하게 부풀리는 효과를 내 은행부담금 부담을 키우는 주범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영국은 최근 재집권에 성공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내세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Brexit)'가 현실화할 경우 금융투자 여건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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