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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6월21일] 아스필쿠에타


‘수요가 많고 공급이 달리면 가격이 올라간다. 상품의 일종인 화폐도 마찬가지다. 돈이 풍부하면 물건 값과 임금이 상승한다.’ 당연하게 들리지만 인용문이 1556년에 나온 것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경제학의 문을 활짝 연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출판이 1766년, 영국 동인도회사대학이 처음으로 ‘경제학’이라는 독립과목을 개설하고 맬서스를 교수로 위촉한 시기가 1805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대를 앞선 통찰이 아닐 수 없다. 인용구의 주인공은 마르틴 데 아스필쿠에타(Martin de Azpilcueta). 최신판 경제학설사 교과서가 아니면 이름도 확인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유럽에서도 최근에서야 ‘경제학 이전의 경제학자’로 조명 받는 그는 사제 출신. 스페인 살라망카대학의 신학 교수를 지냈다. 아스필쿠에타의 경제관이 실린 저술은 64세이던 1556년 펴낸 신학지침서의 보론(補論). ‘환전에 대한 죄 사면 해설’ 항목에서 화폐와 물가의 상관관계를 수급 측면에서 풀었다. 특히 신대륙에서 금과 은이 대량 유입된 후 스페인에 몰아 닥친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수급 요인으로 해석하고 프랑스 등과 비교해 설명한 점은 국제자본 이동과 상업혁명의 전조에 대한 고찰로 평가된다. 아스필쿠에타를 같은 시대의 또 다른 신학자로서 비슷한 학설을 내놓은 메르카도(Mercado)과 한데 묶어 ‘살라망카 학파’로 구분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1586년 6월21일, 94세를 일기로 사망한 그의 화폐이론은 장 보댕에 의해 더욱 다듬어졌다. 프랑스의 법학자ㆍ관료였던 보댕이 화폐수량설의 창시자로 불리는 것도 아스필쿠에타 등의 학문적 유산 덕분이다. 아스필쿠에타에 대한 재평가 중에는 한계효용론을 주창한 오스트리아 학파의 선조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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