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우리나라 농업 정책금융의 방침은 기본적으로 형평성으로 돼 있다. 누구나에게 똑같이 나눠주는 형태다. 농업 정책금융이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농업의 산업화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농업정책금융의 틀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세계적인 저금리 기조에 따라 농업정책금융도 기본적인 방향을 새로 고민할 때가 됐다는 말이 많다.
크게 보면 기존의 농업정책금융을 복지금융과 산업금융의 두가지로 키워야 한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농축산경영자금은 예를 들어 65세 이상 고령의 영세(1ha 미만)농에게만 지원해주는 복지금융의 형태로 가야 한다는 얘기다. 앞으로도 부실농가나 고령농의 부실계층 확산이 예상돼 취약계층을 지원할 추가적인 금융지원 수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있다.
시설개보수 같은 목적으로 나가는 농업종합자금과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의 역할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중 농신보는 현재 운용배수가 4.5배에 불과할 정도로 보수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산업금융 성격의 종합자금과 농신보가 제 임무를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시장개방에 대응하기 위한 수출농업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규모ㆍ장기자금 지원체계가 부족하다는 분석이 많다.
농촌경제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저금리 시대가 되면서 자금공급 확대나 이차보전보다는 장기자금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농업정책금융기관의 전문 심사평가 능력과 경영컨설팅, 보증기능 강화가 필요해 시급히 농업정책금융 지원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자금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상황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농가차입금의 90%는 정책자금으로 추정된다는 게 농촌경제연구원의 판단이다. 기본적으로 정책자금은 금리가 낮고 지원제한도 없는 편이어서 초과수요가 존재한다는 얘기다. 필요 이상으로 농가에 저리 자금을 공급해주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는 정책자금에서 일반 금융기관 이용으로 갈아타게 하는 '정책자금 졸업제'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은 직접 대출은 7년, 보증 대출은 15년 후에는 일반 금융기관을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의 관계자는 "정책자금 지원에 제한이 없어서 농가의 의존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며 "복지성격의 정책자금뿐만 아니라 산업금융 성격의 정책자금에 있어서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지원대상에서 제외하는 졸업제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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