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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그림은 여름철 메밀 수확의 전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하나의 장면에 여러 과정을 다 그려넣는 것이 쉽지 않지만 밀레는 이런 표현을 추구했다. 그림 앞쪽을 차지한 허리 굽힌 여인들은 메밀 묶음을 모아 담는 중이다. 그들 뒤로 둥글게 모여 선 남자들은 먹을 수 있는 낟알과 먹지 못하는 겉껍질을 분리하기 위해 타작을 하고 있다. 멀리 왼쪽 뒤로는 버려진 짚과 겉껍질을 태우는 추수의 마지막 장면도 보인다. 밀레가 죽기 1년 전까지 그린 이 그림은 미완으로 남았다. 후원자의 의뢰를 받은 밀레는 원래 사계절을 4개의 연작 유화로 제작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봄'과 '건초 더미, 가을'은 서명이 있지만 이 '메밀 추수, 여름'과 '겨울'은 미완성으로 서명되지 않은 채 그의 작업실에서 발견됐다. 바르비종파의 선도자였던 밀레는 대자연의 세계를 탐구하며 훗날 인상주의 사조가 발전해나갈 계기를 마련했다. 사실주의와 자연에 천착했던 밀레와 바르비종파의 혁신이 없었다면 풍경화와 농촌이라는 소재는 19세기 유럽에서 호응을 얻지도, 지금처럼 진가를 인정받지도 못했을 것이다.
※'밀레, 모더니즘의 탄생(Millet, Barbizon & Fontainebleau)'전은 오는 5월10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에서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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