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자사주 신탁 계약을 해지하고 직접 자사주를 취득하기로 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물산이 제2의 KT&G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됨에 따라 경영권 방어막 치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420억원 규모의 자사주 신탁계약을 모두 해지하는 대신 직접취득 제한 기간인 3개월 뒤 자사주를 취득할 계획이라고 전날 공시했다. 삼성물산이 420억원을 모두 자사주 취득에 사용할 경우 자사주 지분율(보통주)은 5.3%에서 6.4%로 늘어나게 된다. 현행 증권거래법은 상장사가 수탁기관과 맺은 자사주 신탁계약이 종료 및 해지됐을 때 반드시 현금으로만 돌려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번 결정은 효율적인 자사주 관리 차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지난달 국회에서 금산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유사시 우호세력에게 자사주를 매각, 의결권을 되살려 적대적 인수ㆍ합병(M&A)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삼성물산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13.48%에 불과한 반면 외국인 투자가 비중은 31.9%에 이른다. 특히 지난 8일에는 영국계 자본인 밸리기포드오버시즈리미티드(BGOL)가 지분 5.51%를 취득했다고 공시, 3대 주주로 올라섰다. 2대 주주인 플래티넘에셋매니지먼트의 지분 7.37%와 합치면 12.88%에 이른다. 더구나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지분 4.02%), 삼성SDS(17.96%), 삼성네트웍스(19.47%), 삼성석유화학(13.05%), 제일기획(12.64%) 등을 보유한 삼성그룹의 준지주회사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 그룹의 막강한 현금 동원력이나 우호세력 등을 감안할 때 삼성물산이 M&A 당할 가능성은 아주 낮다”면서도 “만약 삼성물산이 넘어가면 그룹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방어막을 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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