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회사가 계약자에게 나중에 해약환급금 등을 제대로 지급하기 위해 보험료 중 일정액을 미리 적립해놓는 책임준비금을 놓고 금융감독원과 생보업계 1위 삼성생명이 정면 충돌했다. 책임준비금은 원래 부채로 쌓아놓게 돼 있는데 삼성생명이 해약한 고객의 책임준비금 중 일부를 수익으로 돌린 것을 두고 금감원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생명이 반발하면서 결국은 금융위원회가 법령에 대한 유권해석 작업에 착수했다.
삼성생명이 책임준비금 중 수익으로 돌린 규모는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며 앞으로 해약이 발생할 경우 수익으로 돌릴 수 있는 금액도 수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금융위가 금감원의 손을 들어줄 경우 삼성생명의 실적에도 상당한 영향이 예상된다. 앞서 삼성생명과 비슷한 상품을 팔았던 알리안츠 생명은 금감원의 권고대로 수익으로 잡았던 해약자 책임준비금을 부채로 다시 돌려놓은 상태다.
28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책임준비금 적립에 관해 삼성생명과 논리적으로 대립 중인 보험업법 시행령을 놓고 금융위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문제가 된 상품은 삼성생명이 2006년 5월 선보인 금리연동형 종신보험상품이다. 이 상품은 최저보증이율을 보장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별도의 보증비용을 떼어 책임준비금으로 적립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저보증이율이 있는 만큼 금리변동에 따른 해약환급금 등의 변동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별도의 보증비용을 쌓아놓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생명은 그러나 해약된 고객이 그간 쌓아놓은 보증비용까지 책임준비금으로 적립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하고 이를 수익으로 돌려 잡았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 올해 초 삼성생명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으며 책임준비금을 수익으로 다시 잡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삼성생명이 법무팀을 꾸려 이에 반박하면서 결국 금융위에 보험업법 시행령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하게 된 것이다. 보험업법 시행령 63조 1항에 따르면 '매 결산기 말 현재 보험금 등의 지급사유가 발생하지 아니한 계약과 관련해' 특정 조건에 해당하는 금액을 책임준비금으로 적립하도록 돼 있다.
금융위가 유권해석을 내려줘야 할 부분은 유지되는 계약에 한해서만 보증비용을 책임준비금에 포함시킬 것인지, 아니면 해약된 계약도 포함시킬지 여부다. 금감원은 해약된 계약이라 할지라도 남아 있는 계약자들을 위해서는 기존에 쌓였던 책임준비금은 그대로 부채로 잡아놓아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삼성생명은 해약된 계약의 보증비용은 책임준비금에서 제외하고 수익으로 잡는 것이 정당하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금융위가 결국 금감원의 입장에 따라 유권해석을 할 경우 삼성생명은 1,000억원 규모 이상의 금액을 다시 부채로 돌려놓아야 해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해약되는 계약의 보증비용도 수익이 아닌 부채로 잡아놓아야 된다고 생각하면 미실현된 손해는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시장에서 이 같은 최저보증이율 구조의 금리연동형 종신보험 상품을 판 것은 삼성생명과 알리안츠뿐이다. 알리안츠는 앞서 금감원의 권고를 받고 책임준비금을 다시 부채로 돌려놓았다. 이에 따라 금융위에서 만약 삼성생명 측의 손을 들어 줄 경우 알리안츠와의 형평성 논란도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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