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3개월 만에 또다시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국내 증시는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이번 금리인하가 통화당국의 마지막 카드라는 인식이 강한데다 수출과 내수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그리스 채무불이행 우려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 등 대내외 불확실성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당장 시장의 상승세로 이어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금리인하에 이어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고 기업들의 실적 개선세와 맞물리며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0.26%(5.29포인트) 오른 2,056.61에 장을 마감하며 지난 4일 이후 5거래일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개인이 2,535억원어치를 사들였지만 외국인(-1,609억원)과 기관(-957억원)이 동반 순매도에 나서며 지수상승의 발목을 잡았다.
이날 한국은행의 깜짝 금리인하 소식에도 증시가 큰 폭의 상승세로 돌아서지 못한 것은 금리인하 효과가 당장 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제한적인데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걷힐 때까지 좀 더 관망하려는 심리가 우세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의 기준금리도 워낙 낮은 수준이라 추가로 금리를 내리더라도 시장의 긍정적 반응을 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이제 더 이상 추가 금리인하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확산되면서 지수를 끌어올리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날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 13포인트 넘게 오른 2,065.067에 출발했지만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발표 이후 오히려 상승폭이 줄어들었다. 또 이날 선물과 옵션의 동시 만기일이 겹치면서 외국인을 중심으로 매도 물량이 쏟아진 것도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3월12일 금리인하 당시에도 선물·옵션 동시 만기가 금리인하 효과를 상쇄하며 코스피지수가 오히려 10포인트 넘게 하락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번 금리인하로 코스피지수가 2,050선에서 하방 지지력을 확보한 채 시간을 두고 본격적인 반등을 모색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승민 삼성증권(016360) 투자전략팀장은 "금리인하에 이어 추경 편성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등 정부가 경기회복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분명 시장에 긍정적"이라며 "다만 미국 금리인상 시점이 다가오면서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위축되고 수출과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조정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008560) 리서치센터장도 "금리인하만으로는 내수경기 회복을 이끌어내기에 한계가 있는 만큼 추경을 비롯한 정부의 재정정책이 병행된다면 2·4분기 기업실적이 확인되는 시점과 맞물려 본격적인 상승국면으로 돌아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금리인하 이후의 유망업종으로 은행·보험과 건설업종을 추천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향후 금리상승 가능성이 높아질 것인 만큼 은행·보험업종과 시중 유동성 확대에 따른 추가적인 부동산 경기 개선 효과가 기대되는 건설업종의 긍정적 영향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은행(0.08%)과 보험(1.66%)업종지수가 상승한 반면 증권업종은 2.23%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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