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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어쩌나
입력2002-12-04 00:00:00
수정
2002.12.04 00:00:00
오는 19일 치러지는 16대 대통령선거는 지난 71년 박정희ㆍ김대중 후보간의 대결 이후 31년 만에 양강구도로 치러진다.
억압적이었던 당시 사회의 분위기나 선거부정 시비에 비춰 그 선거에서의 표차 90만여표는 박정희 대통령의 가슴을 섬뜩하게 했을 것이다.
정적에 대한 경계가 박해의 차원으로 악화된 것이나, 직접선거를 없애버린 뒷날의 10월유신도 그해 대선이 계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이승만 정권 때도 이승만ㆍ신익희, 이승만ㆍ조병옥 대결과 같은 위력적인 양자대결 구도를 이뤘으나 두 야당후보가 선거일을 앞두고 서거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대접전 예고된 양강구도
이번 대선의 양강구도는 과거 어느 대선보다 치열한 접전을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의 대선에서 표차가 가장 근소했던 것은 63년 5대 대선 때 박정희ㆍ윤보선 후보간의 17만표였다.
역대 대선에서 10만표 이상의 표차가 났기 때문에 패자는 결과에 승복함으로써 대선에서 재개표가 실시된 예는 없다. 그러나 표차가 10만표 미만일 경우 재개표의 요구가 제기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론상으로는 1표 차이로 승패가 갈릴 경우도 가정할 수 있다. 1표차를 가려내는 것은 전국의 모든 투표를 재개표해야 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일방적으로 승패가 갈린 투표구라 할지라도 쌍방은 그곳에서 한표 이상의 자기 표를 건질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투ㆍ개표는 수작업이다가 지난 총선 때부터 기계화됐다. 수작업이 과거 선거에서는 선거부정의 원인이 되기도 했으나 민도가 성숙하면서 투ㆍ개표 부정의 소지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수십표 차이의 당락도 여간해서는 뒤집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현행 선거법에는 대선에서 선거 또는 당선의 효력에 이의가 있을 경우 정당이나 후보ㆍ선거인 등이 해당 선관위원장 또는 당선인 등을 피고로 대법원에 선거무효ㆍ당선무효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재개표 문제에 대해서는 별도 규정 없이 당사자가 신청하면 받아주도록 돼 있다. 국회의원 선거라면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대선 재개표는 대상이 전국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것이 초래할 혼란과 무질서는 엄청날 수 있다. 자칫 폭력사태라도 발생한다면 감당불능의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
2인 이상의 후보가 동수 득표했을 때 국회에서 대통령을 선출하도록 확률 0에 가까운 상황까지 법에 규정하고 있으면서도 10만표 또는 1만표 이내의 승부라는 발생확률이 훨씬 높은 상황에 대해서 아무런 규정이 없다는 것은 선거법의 커다란 맹점이다. 결과에 승복하는 전통이나 법에 대한 신뢰가 미흡한 우리 실정에서 이에 대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
2000년 11월7일 미국 대선에서 발생한 사상 초유의 플로리다주 재개표 사태는 그점에서 타산지석이다. 당초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는 이곳에서 민주당 앨 고어 후보를 900여표 차로 이겼다고 발표됐으나 민주당이 투표지 기재내용과 기계식 투ㆍ개표의 불공정성을 문제삼아 재개표를 요구했고 주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재개표의 시한과 위헌성을 둘러싼 법적 공방 속에서 당선자 확정불능 상태가 35일이나 지속된 끝에 12월12일 미 연방대법원이 "현저한 보완작업을 수반하지 않은 재개표는 헌법상 공정성과 적법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재개표 중단을 명령함으로써 부시의 승리로 결말이 났다.
재개표를 계속했더라면 고어에게 승산이 있었다는 게 중론이었다. 부시가 고어에게 최종적으로 이긴 표는 537표였다.
재개표 기준 마련해야
고어 후보는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당파심이 애국심을 앞설 수 없다. 동의할 수 없으나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그런 상황에서 법이 과연 제 기능을 할 수 있을까. 전국득표와 지역득표에서 일정 비율 이하의 차이가 난 경우에만 재재표를 허용하도록 법을 고치는 문제를 논의할 때라고 생각한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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