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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상수관 낡아 한해 10억톤 샌다

16년 이상 된 수도관 전국 4만여㎞ 누수율 16%전국적으로 물이 부족해 큰 고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한해 수돗물 총생산량의 16.1%에 해당하는 10억톤의 물이 낡은 수도관을 통해 새고 있다. 이는 섬진강 댐 저수량의 3배, 주암댐의 5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으로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만도 한해 5,000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많은 물이 가정이나 공장에 도달하기도 전에 사라지는 것은 낡은 수도관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매설한지 16년을 넘은 낡은 수도관은 4만2,757㎞로 전체(11만5,740㎞)의 37%를 차지한다. 우리나라의 수돗물 누수율 16.1%는 선진국인 독일(5%)의 3배가 넘고 스위스(7.9%)나 일본(8.9%)보다 2배나 높은 수치다. 이로 인한 경제적인 손실은 우리나라의 한해 댐건설 예산을 웃돈다. 우리나라의 댐 투자예산은 지난 96년 3,798억원에서 97년 4,109억원, 98년 6,067억원으로 늘어났다가 99년에는 5,741억원, 지난해에는 4,464억원으로 줄어든데 이어 올해는 3,381억원까지 곤두박질 치고 있는 상태다. 정부는 2011년까지 4만2,757㎞를 정비하여 누수율을 선진국 수준인 12%까지 개선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지만 재원조달이 쉽지 않아 어려움이 예상된다. 낡은 수도관을 개량하기 위한 투자가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수돗물 값이 터무니 없이 낮아 관련 예산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수도관 개량 예산은 수도요금의 감가상각비로 충당하게 돼 있으나 지난해말 현재 우리나라의 물값은 톤당 275원으로 원가의 74%에 불과한 실정이다. 원가에도 못미치는 이런 요금체계 아래서는 예산확보는 커녕 필수운영비도 건질 수가 없어 매년 부채만 쌓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92년 2조1,000억원이던 수도와 관련된 부채는 95년에는 2조8,000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99년에는 4조2,0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런 상황 탓에 지방자치단체들은 국고보조가 될 때까지 상수도 개량사업을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각 지자체가 올해 수도개량사업 융자예산의 33%만 신청하고 나머지 지역은 포기한 데서도 잘 나타난다. 현재 수도개량사업은 정부융자 50%와 지방비 50%로 돼 있기 때문에 빚 증가를 우려한 지자체들이 융자를 꺼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지원체계를 현행 융자 중심에서 국고지원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노후관 개량사업만큼 확실한 예산절감 효과가 있는 것은 없다"고 지적하고 "개량사업에 드는 지방비 50%를 국고보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고 1조5,000억원만 지원하면 낡은 수도관 3만㎞를 개량할 수 있어 연간 5억톤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며 "이는 2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됐던 동강댐 1.5개를 짓는 효과와 맞먹는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부는 낡은 수도관 개량으로 수돗물 생산이 줄고 정부의 물수요 관리정책이 제대로 되면 수자원확보비용과 생산비용이 줄어드는 등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매년 3,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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