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손실보전 정기예금 전환 제동

금감원 "신탁감독규정 저촉" 기가입고객에 우대금리 유지

금융감독위원회는 10일 외환은행이 하이닉스반도체 채권이 편입된 신탁상품에 가입했다가 손해를 본 고객에게 4%의 가산금리(우대금리)를 더 주는 정기예금으로 전환하도록 한 것은 신탁업법 감독규정에 저촉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 채권이 편입된 신탁상품에 투자하고 있는 고객들이 신탁상품에서 돈을 빼내 정기예금에 자금을 예치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됐다.

이미 정기예금으로 전환된 부분과 관련, 금감위는 "당시 계약은 외환은행과 고객들 사이의 계약으로 외환은행이 알아서 처리할 부분"이라면서도 "만약 정기예금으로 전환될 경우 감독규정에 저촉되는 이상 외환은행에 대한 제재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 금감위는 신탁업 감독규정을 개정, 신탁회사가 투자자산 가격의 급격한 변동에 따른 고객보호를 위해서는 지난 98년 11월28일 이전에 설정된 신탁상품의 경우에도 신탁보수를 자율화할 수 있도록 했다

▲ 이미 예금에 가입한 고객은 우대금리 적용

금감원은 외환은행의 우대금리 적용 철회에도 불구하고 이미 우대금리를 약속받고 정기예금에 가입한 고객들의 처리는 외환은행이 고객들과 협의해 자체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외환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직 신탁을 해지하지 않은 고객들에게는 우대금리를 적용할 수 없지만 이미 예금에 가입한 고객들은 민법상 예금계약이 성립됐기 때문에 이를 취소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에 따르면 현재까지 하이닉스 펀드에 가입한 신탁예금 8,000억원(8만5,000계좌) 중 약 2,767억원 가량이 예금으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아직 예금전환을 하지 못하고 남아 있는 예금가입자들과의 형평성 시비가 제기되고 있다.

▲ 신탁수수료 인하ㆍ환급 통해 보전

외환은행의 한 관계자는 "10일 현재 하이닉스 채권이 편입된 비과세신탁의 배당률이 7.3%에 달하는 등 현재 수익률이 꾸준히 올라가고 있어 신탁에 그대로 넣어두더라도 앞으로 손실금액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은 이와 함께 금감위가 신탁보수를 자율화하기로 한 만큼 신탁수수료를 인하하는 한편 올들어 이미 받았던 신탁보수를 환급해주는 방식을 통해 수익률을 최대한 끌어올릴 방침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정기예금 가입 고객들에 비해 큰 손해를 보지 않을 수도 있다"며 "감독당국의 제동으로 상황이 급변했기 때문에 고객들의 항의에 이 같은 방침을 설명하면서 이해를 구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이진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