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이용에 불편이 있다며 조치를 취해달라는 민원이 크게 늘었습니다. 하지만 노인 분들을 추운 날씨에 밖으로 쫓아낼 수도 없는 노릇이죠. 이래저래 고민입니다." 하루 평균 23만명의 유동인구가 지나는 종로3가역의 김우동(사진) 역장은 최근 고민 하나가 생겼다. 연일 계속되는 한파로 역 주변의 탑골공원과 종묘공원에 있던 노인들이 대거 역사 안으로 몰리면서 지하철 이용객들의 불편 민원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 안에서 노인 분들이 앉아 있을 데가 없다 보니 1ㆍ3ㆍ5호선이 연결되는 환승 통로 계단에 걸터앉는 경우가 많습니다. 총 5곳의 계단 중 4곳을 노인들이 차지하고 있으니 환승하려는 일반 시민들이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죠." 평소 겨울철 종로3가역의 환승통로 주변에는 하루 평균 100명 내외의 노인들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기록적인 한파의 영향으로 그 수가 두 배 이상 늘었다는 게 김 역장의 설명이다. 그는 "추운 날씨를 피해 역사 안으로 몸을 피하는 노인들에게 뭐라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라면서 "하지만 일부 노숙인들이 노인들에게 잔술을 팔고 음식물 쓰레기도 여기저기 버리면서 역 안에 악취가 진동하는 등 역사 환경이 나빠지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평일 오후1~5시 역사 안은 여기저기서 모여든 노인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소음과 악취, 이동 불편 등 지하철 이용객들의 관련 민원도 이 시간에 집중되고 있다. 김 역장은 "이용객들의 민원처리도 중요하지만 우선 많은 노인 분들이 좁은 공간에 몰리다 보니 다툼이 잦고 계단에서 넘어지는 등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고 말했다. 그는 "추운 날씨 탓이기는 하지만 결국 노인들이 역사 안으로 몰리는 것은 그만큼 이분들이 갈 데가 없어 그러는 것이 아니겠냐"면서 "역이나 공원 주변에 이들이 쉴 수 있는 쉼터 공간이 좀더 확충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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