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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합업종 논란 이대론 안된다] <상> 팩트는 없고 왜곡만 판친다

국내 없는 브리지스톤이 점유율 10%?… 사보텐이 일본 기업?

미쉐린 점유율 1% 안돼… 되레 국내 대기업 상승세

농심의 코코이찌방야 등을 일본 브랜드로 잘못 알아

적합업종 지정전 日외식기업 35개… 지정후 4개 진출


"정확한 것은 모른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모 칼럼에서 "발광다이오드(LED) 산업은 필립스나 오스람 등 외국 대기업의 시장점유율이 이미 60%를 넘고 재생타이어 시장도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후 브리지스톤이나 미쉐린 같은 글로벌 타이어 업체에 시장을 퍼주고 있다"고 썼다. 이에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은 관련 업계와 동반성장위원회의 반박 자료를 제시하며 근거를 요구했다. 그는 "LED조명 60% 점유 근거는 신문과 전국경제인연합회 자료를 인용한 것으로 시장을 다 조사할 수는 없어 정확한 것은 모른다"며 "기관이나 정부에서 좀 더 정확한 팩트를 찾아 객관적이고 정확한 통계를 갖춘 자료가 나와야 한다"고 말을 돌렸다.

지난해 말 중소기업 적합업종 폐해에 대한 보고서를 만든 전경련은 오 교수와 같은 외국계 잠식론의 중심에 서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의 본산 격인 전경련 역시 사안별로 전혀 근거를 대지 못하거나 언론매체만을 자료로 제시할 뿐이다. '적합업종 때문에 외국계 기업이 잠식하고 중소기업이 애로를 겪고 있다'는 비판은 사실 팩트가 없는 사상누각인 것이다.

이들 주장과는 달리 실제 관련 업계의 조사결과 LED조명·재생타이어·외식업 분야에서 외국 기업의 점유율은 미미해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외국산 잠식 여론이 수그러들기는커녕 더욱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시장을 빼앗긴 대기업과 이들을 대변하는 전경련 등이 조직적으로 반외국 기업 정서에 편승해 부정 여론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것이 중소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대해 업계와 학계 관계자들은 팩트에 근거하지 않은 소모적인 논쟁 대신 적합업종이 3년을 맞고 있는 지금 객관적인 분석과 평가를 통해 공과를 엄밀히 따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성과를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LED조명 외국계 점유율 5%=동반성장위원회와 한국조명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2013년 LED조명 시장 규모는 총 5,900억원. 오스람·필립스 등 외국 기업의 LED조명 민수 매출은 295억원이다. 결국 시장점유율이 5%라는 얘기다.

특히 오스람 등은 국내 중소기업, 즉 적합업종과 다른 사업분야에 진출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B2B용과 가정용으로 쓰이는 벌브(Bulb)형, 파(Par)형 제품을 주로 판매하고 있다. 산업용 면발광, 직관형 LED 등을 취급하는 중소기업 시장을 전혀 침해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조명조합의 설명이다. 즉 외국계 기업은 국내 시장에서 중소기업이 아닌 대기업과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전경련 등은 외국 기업이 시장을 60% 이상 차지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백열등·형광등 등 전체 조명 시장에 대한 추정치로 LED조명과는 무관하다. 60% 외국계 점유에 대해 전경련은 관련 근거로 본지 취재진에 고작 A·B신문 기사 2편을 제시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전경련은 좀처럼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동반위와 중소업계가 시장조사 결과를 내놓기는 했지만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 동의할 수는 없다"며 "현재 LED·재생타이어 등 업종별로 자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재생타이어는 1%도 안돼=지금까지 전경련 등은 재생타이어의 외국계 점유율 15%를 공표하며 적합업종 이후 시장확대를 기정사실화했지만 취재 결과 이 수치는 금호타이어가 내놓은 근거 없는 추정치로 판명이 난 상태다. 이와는 달리 재생타이어 판매현황을 공식 집계하고 있는 대한타이어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외국계 미쉐린의 시장점유율은 2010년 1.2%에서 2011년 1.0%, 2012년 0.9%로 갈수록 하락세다. 또 브리지스톤은 한국 시장에 자체 브랜드를 내지 않고 있다. 다만 재생타이어 원료인 트레드를 국내 4개사에 공급 중이다.

새 타이어 사용장려 정책과 경기침체로 재생타이어 시장 규모가 줄고 있는 가운데 되레 시장점유율을 늘려가는 곳은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다. 양사는 합쳐서 2010년 4만5,000본(8.9%), 2011년 4만5,000본(9.7%), 2012년 4만3,000본(10.3%)으로 점유율을 올려왔다.

◇국내 외식 업체를 외국계로 오인=지난해 6월 외식업 적합업종 지정으로 최근 일본계 외식 업체가 국내 매장을 급격히 늘려 골목상권을 잠식하고 있다는 주장 역시 침소봉대의 전형이다. 동반위에 따르면 올해 2월 현재 일본계 외식업체는 총 39개사로 이 중 4개사만이 적합업종 지정 이후 한국에 진출했다. 이들이 운영하는 총 매장은 89개로 전국 음식점 60만2,000개의 0.015%에 불과하다.

아울러 국내 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일본 외식 브랜드를 일본 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일본계로 알고 있는 사보텐은 아워홈, 코코이찌방야는 농심, 만텐보시는 매일유업, 잇푸도는 AK프라자, 호토모토는 동원수산의 브랜드다. 프랑스계로 지목됐던 브리오슈도레 또한 대우산업개발㈜이 프랑스의 브랜드를 빌려 설립한 내국 법인에 해당된다.

중소업계의 한 관계자는 "적합업종 지정으로 대기업이 산업용 LED 완제품을 생산하지 못하게 됐는데 완제품이 단기 성과가 나는 만큼 내년 재지정을 앞두고 이 부분까지 치고 들어오려는 심산 아니겠냐"며 "재생타이어 경우도 대기업이 재생타이어 시장 참여에 제한이 걸리자 외국 기업들이 치고 들어온다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운 듯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적합업종제도 3년이 지나면서 이제 꽃을 피우려 하는데 헐뜯지만 말고 대기업이 할 일부터 제대로 하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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