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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앞뒤 안 맞는 국토부 해명

지난 10일 국토해양부는 도시 공원 조성 시 범죄 예방 계획 수립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자료를 공개했다. 살펴보니 허점이 많았다. 가시성을 확보해야 한다면서도 가로수 간격 조정 등의 구체적 기준은 만들지 않았고 다수 시민들이 이용 가능한 조깅 트랙이나 미술관 등의 부대시설이 필요하다면서도 권고 수준으로만 남겨두는 데 그쳤다.

말로만 의무화 조치라고 했을 뿐 실상은 빈 수레에 불과하다는 11일자 본지 보도와 관련해 국토부는 출입기자들에게 '참고자료'라는 제목이 달린 e메일을 발송했다.

10일 공개한 내용은 범죄 예방을 고려한 가이드라인 제시였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보다 구체적인 사항과 세부 지침은 마련 중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애초 자료에서는 한껏 톤을 높여 의무화라고 했다가 가이드라인 제시에 불과하다고 발뺌하는 것도, 어찌 됐든 세부 사항은 마련 중이라는 얘기도 모두 앞뒤가 안 맞는다.

취재 당시 국토부 관계자는 "가로수 간격 조정 같은 지침 마련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부대시설 설치 의무화도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말만 했다.

참고자료를 보고 전화를 하자 담당부서 관계자는 본지 보도가 타사 보도와 톤이 너무 달랐다며 오히려 기자를 타박했다.

'정부 주도의 환경 설계를 통한 범죄 예방 기법 의무화는 비현실적'이라는 전문가 의견도 곧바로 무시했다.



혹시 천인공노할 강력 범죄가 여기저기서 발생하자 시의적절한 정책을 내놓고 싶어 얼렁뚱땅 자료를 만들어 배포했던 것은 아닐까.

특정 사안과 이슈에 발 맞추는 기민한 정책 수립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이에 매몰된 나머지 군데군데 뻥 뚫린 구멍투성이 정책을 내놓아서는 곤란하다.

골 욕심에만 사로잡혀 저만치 뒤에 공을 흘린 줄도 모르고 허겁지겁 골대를 향해 내달리기만 하다 허탈해 하는 아마추어 공격수를 본 듯한 느낌이다.

못 자국 하나 없이 완벽히 직조된 건축물처럼 꼼꼼하고 균형 잡힌 정책을 만드느라 잠시 길을 에둘러 간다고 해서 이를 욕할 국민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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