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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 탄도미사일, 탄성 뒤에 나오는 한숨

[권홍우기자의 밀리터리 레터]

짧은 기간에 고성능 무기 개발 성공했지만

실험 충분히 거쳤는지 의문... 미국 의존도 문제

신형 500㎞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참고했다고 알려진 러시아 ‘SS-26’ 이스탄더 미사일. 극히 작은 보조날개로도 고난이도의 기동이 가능할만큼 정교한 탄도제어기술을 자랑한다./사진=Armyrecognition

인도가 개발한 탄도미사일 ‘프리스비’./사진=위키피디아


500㎞ 탄도미사일, 탄성 뒤에 나오는 한숨
[권홍우기자의 밀리터리 레터]짧은 기간에 고성능 무기 개발 성공했지만실험 충분히 거쳤는지 의문... 미국 의존도 문제




















우리나라가 사거리 500㎞ 짜리 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는 사실은 고무적입니다. 4일 아침 한 신문이 보도한 데 대해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이 ‘실험은 사실이며 성공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실은 특종보도를 날린 매체가 속한 월간지가 2011년 2월호에 ‘군, 500㎞ 미사일 실전배치’란 기사를 내보낸 적이 있는데요. 2년 2개월 전 기사가 오보였고 이번이 특종입니다. 같은 그룹의 매체가 오보와 특종을 오간 게 조금은 아이러니합니다.

예전에 오보를 날렸던 모 월간지에선 실전 배치됐다는 500㎞짜리 탄도미사일를 ‘현무 2B’라 불렀지만 군은 아직까지 이름을 정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실전 배치되기 전까지 확인해야 할 게 몇 가지 남은 모양입니다(이 부분이 한숨이 나오게 만드는 대목인데요, 말미에 다시 거론하고자 합니다).

새로운 미사일의 성능은 대단히 뛰어납니다. 우선 정확합니다. 군사용어로는 ‘공산오차(CEP, Circular Error Probability)’라 부르는 정확도가 최대 수 십 미터입니다. 마하 4 정도의 속도로 500㎞를 불과 5분 안에 도달하는 탄도 미사일의 정확도가 이 정도라면 세계 일류급입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들이 우리보다 사거리는 길지만 공산오차가 수 백 미터에서 심지어 수 ㎞에 달하니 정확도는 북한 것과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더욱 뛰어난 것은 기동능력입니다. 보통의 탄도미사일은 발사 후 일정 고도에 올랐다 목표를 향해 떨어질 때까지 평범한 포물선을 그리는 게 보통입니다만, 우리의 새 탄도미사일은 다릅니다. 발사 후 완만하게 상승했다가 타격지점 부근에서 갑자기 비행각도를 꺽어 급하강하는 방식입니다(이를 ‘변형편심탄도’라고 하는데 미국의 ‘에이테킴스’처럼 처음에 높은 고도에 올라간 후 긴 거리를 완만하게 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높은 고도에서 갑자기 떨어지는 전자의 경우라면 운동에너지가 더욱 강해지겠죠. 새로운 500㎞급 탄도미사일 개발의 모델이었다는 러시아제 SS-26 이스칸더의 경우 추진력 강화에 따른 가속기능도 있답니다. 우리도 비슷한 능력을 가졌다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수 십 미터 지하에 콘크리트로 요새화한 적의 심장부에 대한 타격 능력이 비약적으로 높아집니다. 지하나 동굴 속의 미사일 기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적은 보복이 무서워 감히 도발에 나서기 힘들어집니다. 전쟁 억지력이 생긴 것이죠. 미사일의 사거리 제한이 풀려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약간 얘기가 옆으로 새는 것 같지만 미국은 고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한국의 미사일 개발을 감시하고 억제해 왔습니다. 순차적으로 사거리가 늘어나 지난 2012년말 800㎞로 확대되지 않았다면 이번 개발 성공의 개가도 없었을 것입니다. 역으로 한미 미사일 제한협정 지침에 묶인 사거리 제한이 더 늘어난다면 우리나라는 중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억제력을 갖출 수 있겠죠. 미국은 동북아 군비경쟁과 일본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우리의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인도가 개발한 탄도미사일 '프리스비'./사진=위키피디아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죠. 최근의 단거리 또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보면 단순한 포물선에 작은 포물선을 그리는 탄도궤적을 보이는 것도 있습니다. 인도가 최근 개발한 프리스비 탄도 미사일이 대표적인 경우죠(인도의 무기 개발 능력은 결코 낮춰 볼 수준이 아닙니다). 프리스비의 사진을 보면 동체에 작은 날개 4개가 붙어 있는데요. 미사일의 궤적을 조정하는 용도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프리스비의 사진을 보면 미사일 중간에 날개가 4개 붙어 있는 반면 러시아제 이스칸더는 끝부분에 아주 작은 날개가 있을 뿐이라는 점입니다.

신형 500㎞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참고했다고 알려진 러시아 'SS-26' 이스탄더 미사일. 극히 작은 보조날개로도 고난이도의 기동이 가능할만큼 정교한 탄도제어기술을 자랑한다./사진=Armyrecognition

보조날개의 도움을 크게 받지 않고도 변형편심궤도를 그리거나 가속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은 엔진의 분사력이나 방향 조정만으로 정교한 탄도를 그린다는 얘기인데 여기에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군이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힌 사거리 500㎞ 탄도미사일은 그런 능력을 갖췄다고 합니다. 국가 안보를 위해 협상에 나서고 연구개발에 매진한 관계자들 모두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아쉬운 대목이 없는 건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군의 이번 실험이 처음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몇 번은 실험을 거친 후 최종 확인이 된 것 아니었을까 여겨집니다. 그런데 사거리 500㎞를 축소한 실험이었다고 합니다. 실제 사거리는 550~600㎞에 달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었습니다만 최대사거리 실험 사격만큼은 꼭 필요합니다. 데이터나 추정 실험에 그칠 사안이 아닙니다. 강원도 북단에서 제주도 남단으로 쏘아 실험하는 방법도 있고 예전의 이스라엘처럼 제3국에서 실험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보통의 경우 미국에 간다고 합니다. 미국 뉴멕시코주의 드넓은 사막 화이트 샌드에 가는 게 최대 사거리 측정을 위한 통례랍니다. 결국은 전쟁 억제력의 핵심인 무기체계에 대한 정보가 고스란히 미국으로 흘러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는 이번에도 여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여건에서 일본이나 중국을 상정한 사거리가 보다 긴 장거리의 탄도미사일 개발은 요원할 수 있습니다.

군이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800㎞급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 역시 일말의 아쉬움을 남깁니다. 사거리는 800㎞로 늘어나되 탄두 중량은 500㎏으로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탄두 무게를 줄여 사정거리를 연장하는 것이라면 굳이 오래갈 것도 없습니다. 제대로 된 800㎞짜리가 나오려면 탄두중량 1톤도 유지해야 합니다. 추진체 개발에 시간이 걸린다는 조급함에서 벗어나 보다 완성도 높고 북한을 넘어 주변국에 대한 억제력까지 도모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한국이 그 정도의 탄도미사일을 갖고 있다면 일본이 저렇게 오만방자하게 날뛰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물론 일본도 경쟁에 나설 수 있고 더 뛰어난 미사일을 생산할 수 있겠죠. 그러나 강대국의 틈새에서 한국은 준비해야 하는 숙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최소한 한미 미사일 지침이 허용한 만큼의 최대 사거리와 최대 탄두중량을 확보해야 합니다./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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