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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비바 유동성! 신흥국으로 임하소서

한승호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대한민국이 교황 신드롬에 빠졌다. 25년 만의 교황 방문으로 소외된 지역과 계층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높은 자리에서 낮은 자리를 보살피는 교황의 행적은 우리 사회에 깊은 의미를 남긴다. 여기서 높고 낮다는 의미는 상대적인 기준을 통해 구별된다. 상대적으로 높은 곳이 있으면 낮은 곳이 있기 마련이라는 뜻이다. 만물의 이치가 그렇듯이 이는 증시에서도 통용되는 말이다.

주가는 여러 요인이 혼재된 결과다. 그 중심에는 돈의 흐름, 즉 유동성이 있다. 유동성의 특징은 선택과 집중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투자 대상인 자산은 자주 적정가치 이상으로 평가 받기도 한다. 반면 소외된 자산은 적정가치 이하의 평가를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상반기에는 신흥국 증시의 소외현상이 두드러졌다. 특히 중국 경제권에 대한 우려가 컸다. 그러나 최근 중국 증시는 안정적인 상승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우려보다 경기와 유동성 리스크가 그리 높지 않았다는 점이 중국 증시를 상승시키는 원인이다.

한국 증시에도 긍정적인 점들이 부각되고 있다. 지난 6일 기획재정부는 '가계소득 증대 세제' 3대 패키지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한국 증시는 내수 및 정책 모멘텀 부재라는 올가미에서 벗어나는 과정에 있다. 특히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배당성향은 한국 증시에 또 다른 투자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물론 최근 증시환경이 완전히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라크 반군과 미국 간 대립구도가 여전하고 러시아 사태에 따른 유럽기업의 실적악화 우려도 존재한다. 이는 한국 증시의 탄력적인 상승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주가는 점진적인 상승흐름을 이어갈 것이다. 이라크와 미국 분쟁의 핵심이 현 이라크 정부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함이라는 점에서 과거와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우려로 유럽 증시가 약세를 보이고 있으나 최근 한국 증시는 유럽 증시의 방향성과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연말로 다가서면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질 것이다. 한미 FTA 이후 한국의 FTA 관련 미국 수출품목은 견실한 증가세를 보였는데 한중 FTA가 실시된다면 이러한 기대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신흥국 증시에 대한 밸류에이션 매력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선진국 주가수익비율(PER)은 16배를 상회하고 있으나 신흥국은 12배 수준이다. 한국 증시는 아직 10배 후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선진국 경기의 회복 속도가 둔화되고 있는 반면 신흥국 경기 부담은 높지 않다. 한국은행이 최근 내수 부진 등으로 금리를 인하했다. 그러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이 3% 후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 하반기 한국의 성장 모멘텀은 나쁘지 않다. 결국 한국 증시의 저평가는 아직 충분하게 해소되지 않았다. 은총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이 경기가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밸류에이션 부담이 낮은 한국 증시에 대한 선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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