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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ㆍ재계 약속 실천돼야

노무현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 및 경제단체장 등 18명의 기업인이 어제 청와대에서 모임을 갖고 경제활력 회복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동은 대외 경제여건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이 업무복귀 담화에서 경제 살리기 의지를 강하게 밝힌 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처방을 모색하기 위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경제난 돌파의 계기가 됐으면 하는 게 많은 국민들의 기대였다. 그런 만큼 이번 회동에서 재계가 투자확대와 차질 없는 집행계획을 밝히고 노 대통령이 투자의 걸림돌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의미 있는 성과라고 하겠다. 강신호 전경련 회장은 지난해보다 34.2% 늘어난 46조원 규모의 15대 그룹 투자계획과 차질 없는 집행계획을 밝혔고 개별기업 총수들도 앞다퉈 적극적인 투자의사를 표시했다. 이에 따라 각 그룹들은 곧 구체적인 투자계획을 공식 발표하기로 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도 나름대로 파악한 투자부진 이유를 들며 토지이용 및 환경규제 완화 등 기업들의 투자가 조기에 실행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이같이 기업과 정부가 손발을 맞춰 척척 돌아가는 모습을 보인 것은 노 대통령이 이날 인사말에서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처럼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갖도록 해준다. 실업문제ㆍ소비침체 등으로 허덕이는 우리 경제의 최우선 과제가 투자촉진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정부와 기업의 약속과 다짐이 지켜지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출자총액제한, 금융계열사 의결권 축소 등 그동안 공정거래위원회와 재계가 각각 ‘개혁’과 ‘규제’의 상징적 조치로 삼아 첨예한 날을 세워왔던 대기업 정책이 심도 있게 거론되지 않은 것은 아쉽다. 이 문제는 지금까지 재계가 ‘투자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만드는 규제’라고 강력히 반발하며 공정위와 감정싸움까지 벌일 정도로 투자의 주요 걸림돌로 꼽아온 사안이다. 그런데 이날 대통령도, 기업인들도 이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자칫하면 서로 얼굴을 붉힐 수 있는 현안인 만큼 애써 피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이 제외됐다는 점에서 재계의 투자확대와 정부의 지원약속이 자칫 선언으로만 그칠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대통령의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이 지난번 직무복귀 대국민 담화에서 보여줬던 ‘위기과장론’과 달라지지 않은 점도 안타깝다. 정부와 재계는 지난 1월 대통령과 총수간의 회동에서도 고용과 투자확대를 다짐하고 최선의 지원을 약속했지만 결국 말잔치로 끝났던 일을 상기해 이번에는 반드시 결실을 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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