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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기 라이벌전, 지구 끝까지 따라간다] <상> 식음료업계

"어? 장사 잘되네" "그럼 우리도…" 미투매장 전성시대

폴바셋 서대문 등 주요상권서 스타벅스 인근에 매장 개설

서초역 사랑의교회 주변선 뚜레주르·파리바게뜨 경쟁

동종업계 불편한 심기에도 주변 상권 살리기엔 긍정적


지난 1일 낮 매일유업이 운영하는 커피전문점 폴바셋 서대문점. 주문을 위해 기다리는 줄이 수십미터에 달한다. 지난달 중순 문을 연 이 곳은 점심식사 전후엔 15분 이상 기다려야 겨우 커피를 마실 만큼 손님들로 북새통이다. 1, 2층 매장 통틀어 총 60평, 105석 규모의 폴바셋 서대문점 바로 옆엔 스타벅스가 있다. 신생업체나 다름없는 곳이 서대문 터줏대감이자 업계 1위인 스타벅스와 한번 붙어보려는 심산에 버젓이 코 앞에 매장을 낸 것이다. 지금까지 결과만 보면 일단 전략은 성공한 셈. 하지만 스타벅스 입장에선 동종업계간 너무한 처사가 아니나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는다.

불경기에 식음료업계의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업체끼리 점포 확장 경쟁을 넘어 경쟁업체 바로 옆에 매장을 내는 '미투(Me too) 매장' 방식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네가 가는 곳에 나도 간다'는 이같은 '따라하기' 전략은 일각에서 상도의를 넘어섰다며 눈살을 찌푸리기도 하지만 한편에선 가구거리처럼 특화된 상권을 만들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폴바셋이 그런 경우다. 전국에 29개 매장에 불과한 폴바셋은 서대문점 외에도 교대역점 등 주요 상권에 위치한 스타벅스 인근에 매장을 내면서 스타벅스 따라잡기에 나섰다. 그 결과 매장 수로만 따지면 스타벅스(680개)에 한참 못미치지만 20~30대 커피 마니아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특히 근처 회사원이나 주민에게 '저 곳에 가면 좋은 카페가 많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도 상권의 가치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인 성과다.

'미투 매장'은 폴바셋과 같은 후발주자에게 국한된 전략은 아니다. 파리바게뜨, 뚜레주르 같은 유명 브랜드도 불황 타개 차원에서 장사가 잘되는 경쟁 매장 인근에 맞불을 놓고 승부를 벌인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서초역 근처 사랑의 교회가 대표적인 사례. 이 곳은 지난해 11월 입당 시기에 맞춰 교회 주차장 입구에 뚜레주르가 매장을 내며 선점했다. 반년 가까이 뚜레주르 서초역점은 교회가 만들어 준 특수 상권의 이득을 톡톡히 누렸다. 매장에는 인근 주민들도 찾아오면서 평일, 공휴일 할 것 없이 줄 서서 빵을 사갈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달 초 파리바게뜨가 뚜레주르 대각선 맞은편에 들어서면서 무주공산은 허물어졌다. 서초지역 터줏대감이었던 파리바게뜨가 새로운 상권이 형성되자 기존 서초역점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 둥지를 튼 것이다. 이 매장은 카스테라 등 선물용 제품을 할인해 주고 교인 및 친목 모임을 위한 테이블을 넓게 마련하는 등 '빵집 골목'으로 부상하는 데 한 몫하고 있다. 이들의 경쟁 덕분에 주변 상권도 활기가 넘친다. 서초동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아 장사하려는 사람이 없어서 다른 상가는 공실이 많지만 사랑의 교회 주변은 특수상권이라 예외"라며 "기존 갈비집이 있던 곳에 파리바게뜨가 프리미엄을 얹어주고 들어간 것으로 알고있다"고 귀띔했다.



롯데리아가 서울 지하철 6호선 망원역 2번 출구 근처에 신규 점포를 내는 것도 '미투 매장'의 사례다. 롯데리아는 성업 중인 맥도날드 망원점에 맞서기 위해 가게 세 곳 옆에 이달 중 매장을 오픈하기로 하고 현재 공사를 진행중이다.

광화문 사거리에서 서울역사박물관 방향으로 놓인 대로변도 식음료 업체간 혈투가 벌어지는 장소다. 2012년 말 서울 신문로에 입성한 엔제리너스와 롯데리아는 'CJ 광화문 벨트'로 불렸던 이곳을 롯데의 텃밭으로 바꾸는데 성공했다. 당시 CJ푸드빌은 임대료가 너무 뛰자 투썸플레이스 점포를 내놨고 롯데 측이 3배 이상 높은 임대료를 베팅해 그 자리를 꿰찼다.

식음료업계 관계자는 "경쟁사 바로 옆에 매장을 내는 전략은 품질과 서비스에 자신있는 업체가 '해 볼만 하다'며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특히 불경기인 요즘은 미투 매장을 내서라도 상권을 살리려고 애쓰는 경우가 많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경쟁과정에서 펼쳐지는 프로모션 혜택도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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