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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는 지난 2005년 3조9,000억원에서 2009년 8조4,000억원, 2012년 11조1,000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신기술 개발과 기술 사업화 능력은 여전히 해외 선진국 비해 떨어진다.
최근 이 난제를 풀 해법으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중소기업 R&D기획지원 사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의 저조한 기술사업화 성공률은 철저한 사전 R&D 기획을 거친 전략적 기술개발과 사업화가 이뤄지지 못한 탓이 크기 때문이다.
손종구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산업정보분석실장은 "철저한 사전 R&D 기획은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미래를 내다본 신기술 창출과 사업화 성공률 제고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며 "적잖은 중소기업이 인력과 재정 부족 때문에 이를 생략하면서 연구개발의 효율성 저하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이에 KISTI는 현재 중소기업 R&D 기획지원 사업을 통해 중소기업이 개발하려는 신기술에 대한 기술성과 시장성·사업성을 조사·분석·평가하고 기술개발과 사업화 전략 수립을 전방위 지원하고 있다. 또 평가 결과 우수과제로 인정되면 중소기업청의 기술개발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연계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문 R&D 기획에서 자금 지원까지 원스톱 지원이 이뤄지는 것이다.
효과는 이미 입증된 상태다. KISTI에 따르면 2002년부터 이 사업의 혜택을 받은 국내 중소기업은 총 2,288개 업체로 이들의 기술개발 성공률이 무려 81.6%에 달했다. 사업화 성공률도 38.3%로 집계됐다.
가장 대표적 우수사례는 충북 충주 소재 부품소재기업 엔비스타. 이 회사는 중소기업 R&D 기획지원 사업의 도움을 받아 국내 최초로 철도 레일체결장치의 핵심부품인 폴리우레탄 방진패드의 신뢰성 인증 획득에 성공했다. KISTI가 기술 개발 초기 단계부터 시장 및 타당성 분석, R&D 기획을 지원하고 중기청으로부터 기술개발자금을 연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 것.
엔비스타는 이에 힘입어 품질 변화 없이 15년의 내구성을 입증하는 가혹한 조건의 수명 평가 테스트를 통과해 성능의 우수성을 입증했다.
손 실장은 "폴리우레탄 소재의 철도 레일용 방진패드는 열차의 주행 안전성과 레일의 구조적 안정성, 소음, 진동 등에서 우위를 점하지만 고도의 합성기술과 소재 물성 해석의 어려움으로 오스트리아의 게츠너가 전세계 시장을 독점하고 있던 고부가가치 아이템이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엔비스타는 원천기술에 대한 특허를 획득하는 한편 '압소머'라는 상표로 제품화에 성공하면서 수입대체 및 해외 철도시장 개척에 청신호를 밝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카메라 등 광학기기·부품 전문기업 디지털옵틱은 중소기업 R&D 기획지원 사업을 통해 모바일기기용 300만 화소급 카메라 모듈의 상용화에 성공, 코스닥에 상장되는 등 고도의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손 실장은 "국내 중소기업은 신제품 연구개발 도중 지향점을 잃어버리거나 신규 시장 분석에 실패해 개발을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다양한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과 해당 프로그램 운영자들의 전문적 노하우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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