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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 코리아 금융영토를 넓혀라] <4>고객만족 경영이 생존보장

소비자 눈높이 맞춰야 경영 혁신·금융산업 도약 가능<br>금융규제·감독 초점도 소비자 보호로 옮겨가<br>금융기관 인력 전문화 효율성 향상 기회로



#사례1: 지난 2006년 시중은행의 한 은행장은 당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고위 관료의 전화를 받고 진땀을 흘려야 했다. 그 관료의 부인이 정기예금에 가입하려 하자 은행 창구 직원이 "요즘 누가 은행 이자에 만족하느냐"며 기어코 펀드 가입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보수적이어야 할 은행이 눈앞의 수수료에 눈이 멀어 그런 식으로 영업하다 손실이 나면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그러느냐"는 항의전화에 은행장은 답변이 궁색할 수밖에 없었다. #사례2: 현재 시중은행들은 환율 헤지 파생상품인 '키코(KIKO)'의 투자손실을 둘러싸고 기업들과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건수만 140여개, 소송금액은 1조원대에 이른다. 올 9월에는 불완전 판매를 이유로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을 뻔했으나 "소송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읍소해 겨우 징계가 미뤄졌다. 이들 사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유동성 거품이 한창일 때 은행이 단기적인 수익 확보를 위해 고객들에게 고위험·고수익 투자를 유도하다 손실을 입혔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고객들만의 손해로 끝난 게 아니다. 은행의 신뢰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고객이 아니라 은행 입장에서 경영전략을 짜다 보니 고객에게 피해를 주고 은행의 이미지도 땅끝까지 추락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소비자 보호'라는 메가 트렌드=현재 세계 각국에서 논의되는 금융규제의 축은 크게 ▦금융기관의 건전성 및 자본 강화 ▦소비자 보호 등 두 가지다. 특히 최근 금융시스템 붕괴 위험이 낮아지면서 감독의 초점은 건전성 강화에서 점차 소비자 보호로 옮겨가고 있다. 금융산업의 겸업화•글로벌화로 금융상품이 복잡화하고 판매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약자인 소비자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영국 등 주요국에서도 소비자금융보호기구 설립이 가시화되는 등 소비자 보호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우리나라도 정부 정책의 무게중심이 '규제 완화'에서 '친(親)서민'으로 이동하면서 ▦금융기관의 투명성 및 공시 강화 ▦소비자에게 불리한 거래약관 개선 ▦광고 규제 ▦담합, 끼워팔기, 불완전 판매 방지 ▦금융피해자 구제조치 강화 등 소비자 보호장치들이 전방위로 확대되는 추세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위기 이후 취약계층이 증가하고 금융민원이 급증함에 따라 금융소비자 보호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만족은 은행권 도약의 기폭제=문제는 은행들이 아직도 '고객만족 경영'을 이미지 제고나 상품 판매, 서비스 질 향상 등을 위한 수단쯤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은행 생존을 좌우할 수 있는 일대 환경변화라는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고객만족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꾸지 않고서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소비자 보호를 위한 각종 조치가 은행 입장에서 귀찮은 규제가 아니라 금융산업의 효율성 향상으로 이어주는 촉매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김병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자 보호 조치는 궁극적으로 경영혁신, 인력의 전문화를 촉진해 금융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혀 다양한 금융상품 개발, 불완전 판매의 감소 등이 가능해지고 금융기관의 효율성 및 전문성도 높아져 경영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예를 들어보자. 미국의 상업은행인 웰스파고는 금융위기의 와중에도 최근 3년간 매출증가율 58.1%, 순익증가율 14.9%, 주당순이익 증가율 16.1%라는 경이적인 경영실적을 거뒀다. 이 같은 기록은 '고객과의 성장'을 기본 전략으로 삼은 고객맞춤 경영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이 은행은 개업하려는 고객을 위해 상권분석과 대출상담을 해주고 실제 개업 뒤에는 영업시간에 맞춰 잔돈을 교환해주는 일부터 세금정산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재무서비스를 제공한다. 신동화 기은경제연구소 박사는 "고객 이탈은 최소화하면서 우량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은 예금주를 적극 유치해 강점인 소매금융 기반을 키워나간 게 웰스파고의 성장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은행권도 고객만족경영에 대한 의식개혁이 절실한 실정이다. 업계 전반의 의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우선 세계적인 금융산업의 판도 변화에 발맞춰 '고객만족'을 은행 내부의 논리가 아닌 고객을 기준으로 바라봐야 한다. 이와 동시에 고객만족경영을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서비스·영업 등에서 구체적인 행동전략으로 추진해야 한다. 또 실추된 이미지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사회공헌 활동과 소비자 피해 구제에 적극 나서는 한편 고객이 금융에 대해 올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은행들이 금융교육을 강화해야 하는 것도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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