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6월 말 발표 예정이던 '장기재정전망(2015~2060년)'이 8월 이후로 무기한 연기됐다. 최근 대내외적인 경기 부진으로 성장률과 물가가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된데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늘어나는 국가부채까지 반영하기 위해 기존 시나리오를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나빠진 경기상황을 그대로 반영하면 장기재정전망이 꼬일 수밖에 없고 기존 전망치대로 하면 장밋빛 전망이라는 비판의 도마에 오를 수 있어 이래저래 재정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6월 중순께 '장기재정전망'을 발표하려고 했지만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성장률(3.8%→3.1%)과 소비자물가(2.0%→0.7%) 전망치가 대폭 하향 조정되면서 발표 시기를 늦췄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여파로 예상치 못한 추경까지 편성되면서 불어나게 된 국가 채무도 중요한 변수가 됐다.
정부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매년 발표하는 중기재정전망(5년 단위)과 별개로 5년 단위로 장기재정전망(40년 단위)을 내놓아야 한다. 정부는 2015년을 기준으로 하는 장기재정전망을 올해 6월 발표를 목표로 준비해왔다. 정부가 대외적으로 처음 공표하는 장기재정전망인 만큼 적지 않은 공을 들여왔다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재부는 지난해 말 '2013~2060 장기재정전망'을 완성했음에도 대외적으로 공표하지 않았다. 당시 추정치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평균 경제성장률은 3.74%, 국내총생산(GDP) 대비 평균 재정적자 비중은 1.2% 전망됐다. 박근혜 정부 내내 재정적자를 면치 못한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적자재정 기간은 전 정부 5년을 포함해 10년으로 늘어나게 된다. 올해 물가상승률은 3.0%로 예상했다. 현재의 기준(한국은행 전망치 0.9%)으로 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경기 부진과 물가상승률 둔화, 이에 따른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조정과 추경 편성 이후 일이 꼬여버렸다. 기존 전망치를 전부 바꿀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성장률과 물가가 대폭 하향 조정됐기 때문에 올해를 기준으로 짜는 시나리오를 모두 바꿔야 할 판"이라며 "늘어난 국가 부채도 그대로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바뀐 지표를 반영해 새로운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데 최소 한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