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둔 인천세관 가보니… 중국산 농수산물 밀수 기승마른 고추를 냉동야채·대리석으로 위장 밀반입"컨테이너 안팎상품 달리" 커튼치기등 신종기법도생계형 보따리상들 점차 조직화 대량 반입 추세 김민열 기자 mykim@sed.co.kr 지난 12일 밤10시 인천 앞바다. 인천본부세관 소속 밀수감시정 2척이 중국 칭다오에서 들어온 3,000톤급 화물선에 다가갔다. 중국산 마른 고추를 가득 실은 컨테이너가 배 안에 있다는 첩보를 접했기 때문이다. 김태영(47) 강력조사계 팀장과 단속반원은 보호장비를 착용한 채 배 위에 올라섰다. 그러나 이미 컨테이너는 사라진 뒤였다. “한발 늦었군!” 다급해진 김 팀장이 무전기를 들었다. 화물순찰팀에 대호보세창고 수색을 요청한 것. 순찰팀이 순식간에 현장에 들이닥쳐 컨테이너의 봉인을 뜯기까지는 채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김치 박스로 위장한 10톤 분량의 마른 고추가 빼곡히 실려 있었지만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김 팀장은 그들의 행보를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김 팀장은 팀원들과 함께 항구 근처 모 관광호텔 지하 룸살롱를 급습했다. 황모씨 등 10여명은 ‘한건’ 한 것을 자축하며 술을 들이키고 있다가 병을 집어던지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동작 그만! 인천세관 강력조사팀에서 당신들을 관세법 위반혐의 사건으로 긴급 체포한다.” 세관 확인 결과 황모씨 등 10여명이 270%의 고세율이 부과되는 중국산 고추로 부당이득을 챙기기 위해 S식품회사를 만들고 수 차례에 걸쳐 선적과 수입신고 등을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추석을 앞두고 중국산 농수축산물 불법밀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관세청이 올 들어 8월 말까지 적발한 불법수입 농수산물은 343건, 460억원어치.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93%, 78% 늘어난 것이다. 중국에서 가장 많이 유입되는 것은 명태ㆍ대두ㆍ생강ㆍ고추 등으로 주로 국내에서 흉작 때문에 중국산과의 가격차가 많이 벌어진 품목에 집중돼 있다. 밀수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것이 S식품처럼 중국산 농산물 가운데 가장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고추를 냉동채소로 위장 반입하는 것. 최근에는 노숙자 G씨의 이름을 빌려 마른 고추를 대리석으로 포장해 밀반입하려다 발각되는 경우도 있었다. 김영균 관세청 조사총괄과 사무관은 "고세율의 대두를 저세율의 볶은 콩으로 '바꿔치기' 하거나 마치 마약을 운반하듯이 일반 물품 속에 밀수 농산물을 섞는 '커튼치기' 등이 신종기법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구하 인천세관 조사감시국장은 "추석과 김장철을 앞두고 고추ㆍ인삼ㆍ참깨 등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오고 있다"며 "과거 생계형 보따리상들이 아예 조직화의 길로 들어서면서 중국산 저질 농산물들이 대량 반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자가 인천항 제2국제여객터미널을 찾은 25일에도 일명 '공두'로 불리는 전문 운반꾼들이 개별 보따리상들에게 면세가 허용되는 범위인 50㎏까지 중국산 농산물을 나눠주는 장면이 너무나 쉽게 목격됐다. 선박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이들은 한 달에 십여차례 중국을 오가며 공두로부터 일당을 받고 중국산 농산물을 실어 나른다고 한다. 한 보따리상은 "수년째 이런 일을 하고 있는데 가져 올 수 있는 물건 양이 갈수록 줄어 먹고 살기 힘들다"며 푸념을 늘어놓더니 오히려 "추석 대목인데도 단속은 심해지고 중국인 보따리상에 치여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고 하소연까지 했다. 지난 92년 한중 국교정상화 이후 처음 보따리상이 생길 때만 해도 값싼 중국산 농산물을 1인당 200㎏씩 들고 올 수 있었지만 지금은 1인당 50㎏으로 제한받고 있다. 문제는 보따리상의 밀수 대상이 농수산물에 그치지 않고 메스암페타민 등 마약류까지 손을 뻗치고 있지만 '생계형'이라는 이유로 정치권에서는 오히려 이들을 감싸주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관세청은 27일 서울세관에서 농림부 등 6개 정부기관, 농협 등 14개 생산자단체, 소비자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불법수입 농수산물 단속 전략회의'를 열고 국내 유통가격이 크게 올랐거나 중국 등 특정 국가로부터의 수입물량이 많은 김치ㆍ당근ㆍ버섯류ㆍ인삼ㆍ마늘ㆍ호두ㆍ고추ㆍ땅콩ㆍ게ㆍ새우ㆍ낙지ㆍ꽁치 등 12개 농수산물을 선정, 밀수 여부를 강력 단속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입력시간 : 2006/09/2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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