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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법을 강화하라(사설)
입력1996-11-29 00:00:00
수정
1996.11.29 00:00:00
상속세는 「바보세」로도 불린다. 제대로 내는 사람이 바보라는 뜻이다.상속세의 현행 최고세율은 40%다. 1백억원에 상당하는 재산을 상속받을 경우 약40억원을 상속세로 내야한다는 얘기다. 이 경우 대개의 납세자는 세금을 덜 내는 방법을 생각하게 마련일 것이다. 상속재산이 클수록 그런 유혹은 더 커질 것이다. 이를 위해 현행 세제의 허점을 이용할 것이고 탈법적 방법을 동원하는 예도 종종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절세·탈세비용으로 10억원을 들인 결과 30억원을 낼수 있었다고 치자. 이때 10억원이 모두 들어갔다 하더라도 그 돈은 생색을 내면서 썼을 것이므로 아까울게 없을 것이다. 그 비용이 5억원이었다면 5억원의 이득을 보게 된다. 상속세가 「바보세」로 불리는 이유다. 우리나라 조세체계에서 이같은 「바보성」은 원천징수되는 근로소득세를 제외한 모든 세목에 널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속세는 「바보세」?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는 지난 27일 세법심사소위에서 상속세법 등 4개세법개정안을 부분 통과시켰고 일부 미합의 부분은 오늘 전체회의에서 표결처리키로 했다. 외형상으로는 고액상속재산에 대한 세금부담을 무겁게 해 재산가들이 무상으로 부를 세습하지 못하도록 장치를 강화한 것으로 돼있다.
상속세법이 제정된 50년 이후 46년만에 내놓은 정부의 개정안은 일응 소득수준 향상, 여성의 지위향상 등 사회여건의 변화에 맞춘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상속세법개정안 심의에서 한가지 진전이 있었다면 특수관계인 간에 이뤄진 경제적 이익의 무상이전에 대한 포괄적인 증여세 과세규정을 신설한 것이다. 이는 증여로 인정되는 모든 거래에 세금을 물리자는 국회측의 포괄주의 주장이 부분 수용된 결과다. 그러나 이 부분은 정부와 국회간의 타협의 산물인데다 선언적인 의미가 강해 앞으로 법제화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되고 자칫하면 사문화할 가능성도 없지않다.
세법소위에서 합의된 내용은 전환사채를 통한 증여를 막기 위해 특수관계자로부터 받은 전환사채의 취득가액과 취득 당시의 당해법인이 발행한 주식가액과의 차액에 대해 증여세를 물리기로 한 것이다. 또 2년 이상 결손을 낸 비상장법인이 세금을 내지 않는 점을 이용, 재산을 증여함으로써 이득을 보는 경우에도 증여세를 물리게 했다.
○약화된 개정 취지
이밖에 현행법에 열거돼 있는 12가지의 증여세 과세대상을 보완, 불공정합병증여와 실권주 증여에 대한 과세도 강화했다.
○경제정의 실현 계기로
그러나 그동안 가장 논란이 돼왔던 비상장주식을 증여받은 뒤 상장후 이를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경우는 과세대상에서 제외됐다.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라는 점에서 조세법률주의 및 대법원 판례에 어긋나고 상장후 주가가 상장 전보다 떨어질 경우도 있을수 있다는 재경원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러나 상장전 주식증여는 탈법적 재산상속 가운데 가장 일반적이고 규모가 큰 증여방법이다. 전환사채 증여에는 과세하면서 상장전 주식증여는 앞으로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시 검토대상으로 넘긴 것은 기업활동이 위축될 것을 우려한 것이지만 상속세법 개정의 본래 취지가 약화된 것이다. 당초 정부가 비상장주식에 대한 평가방법을 개선키로 하는 등 이 부분에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도 그런 평가를 면키 어렵다.
미합의 부분중 최고세율적용 방법과 관련, 상속재산이 10억원을 초과할 경우 40%의 세율을 적용하는 정부안에, 50억원을 초과할 경우 초과분에 대해 50%의 세율을 신설하자는 국회안이 추가됐고, 배우자 상속공제한도문제도 30억원으로 하자는 정부안과 20억원 또는 상속재산의 절반으로 하자는 국회안이 논의되고 있다. 상속세 과세대상인 고액재산가 계층은 전체국민의 3%선에 불과하다. 중산층의 세부담 경감을 목적으로 개인소득세를 낮추면서 다른 한편으론 간접세를 올리는 것이라든지, 고액소득자 상위 3%정도만 해당되는 상속세를 낮추면서 중산층 보호라는 명분을 내거는 등 조세를 통한 재분배정책은 아직도 개선의 여지가 너무 많다. 미흡하기는 하지만 이번 상속세법개정이 공평과세를 통한 경제정의의 실현을 달성하기위한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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