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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싯대 경영론/서상록 중소기업연구원 부원장(로터리)
입력1997-02-12 00:00:00
수정
1997.02.12 00:00:00
서상록 기자
H그룹 총수의 낚싯대 경영론이 우리 재계에 묵직한 반향을 일으킨다면 얼마나 좋을까.J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낚싯대 열개를 걸쳐 놓는다고 고기가 다 물리는 게 아닙니다. 사업도 분수를 지키며 전문성을 가져야 합니다.』
그동안 전체사업 중 약 70%(매출액 기준)를 운송, 여행관련업이란 핵심사업에 집중시키고 있는 그였기에 이러한 낚싯대 경영론을 거리낌없이 펼 수 있었으리라.
백화점식 비관련다각화를 경영의 다반사로 여기면서 당국이나 미디어로부터 문어발식 경영을 하고 있다는 질타를 받으면서도 부동의 자세를 취하고 있는 다른 재벌총수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발군의 담론이 아닌가. 반세기 이상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그의 노숙한 낚싯대 경영론에 전업화의 경영이론이란 해설을 붙일 수밖에 없는 것이 경영평론가의 역할인 듯하다.
지난 81년 이래 미국의 GE에서 새로운 경영신화를 창조하고 있는 세기의 경영 탤런트 잭 웰치가 취임 후 제일 먼저 착수한 작업이 GE의 사업분야를 철저한 전업화의 방향으로 재편성한 일이었다.
그는 업계의 넘버원이거나 넘버원이 될 수 있는 전문분야를 3개의 원으로 그룹화하고 3개의 원 안에 들지 못하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했다. 이른바 전업화로의 리스트럭처링(기업 재구축)을 그는 이루어낸 것이다. 지금까지도 진행되고 있는 GE의 기록적인 성장은 이러한 전업화적 리스트럭처링의 반석 위에서 이루어진 성과다.
세계적인 경영학자들도 지구촌이란 거대한 시장에서 무한경쟁의 적자가 되기 위해서는 넘버원 사업부문을 구축하고 이에 전업해야 한다는 공통된 논리를 펴고 있다. 예를 들면 C K 프라하라드는 어떤 기업이 가장 잘하는 총체적 역량을 핵심역량이라고 정의하고 각 기업이 핵심역량 부문에 지원을 집중하는 것이 글로벌경영의 기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강연료를 받는 경영경제학자의 한 사람인 M E 포터는 글로벌경영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각화전략 대신 전업화전략을 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는 보통 「포터의 법칙」으로 통한다. 그는 한국재벌의 문어발식 복합기업 경영에 대해서 공개적인 충고를 보내고 있는 학자이기도 하다.
필자가 아는 한 낚싯대 경영론을 편 총수가 이끄는 H그룹의 전업화 비율이 10대 그룹 중 가장 높으며 다른 그룹은 아직도 비관련다각화의 사업 포진을 고수하고 있다. 낚싯대 경영론이 한국 재계의 본격적인 리스트럭처링에 시동을 걸어주는 모멘텀이 되었으면 하는 희망을 다시 한번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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