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결혼 비용으로 결혼과 동시에 빚을 지며 시작하는 부부를 일컫는 '웨딩푸어'라는 말까지 생겨난 가운데 최근 들어 결혼비용의 군살을 빼려는 트렌드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과거에는 결혼준비 과정에서 '화룡점정'으로 여겨졌던 예단과 예물이 이제는 청산돼야 할 과거의 악습으로 취급되는가 하면 결혼식에 앞서 준비하는 웨딩패키지 등 고착된 결혼절차도 허례허식이라는 인식이 실속파 예비부부들 사이에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장기화된 경기불황으로 결혼 전에는 취업난, 결혼 후에는 하우스푸어로 어려움을 겪은 젊은층의 현실이 거품을 뺀 '실용주의 웨딩'을 자리잡게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 개인의 가치를 추구하면서 실속 있는 소비를 원하는 블루슈머 중 하나로 스몰웨딩족이 주목받으면서 새로운 결혼문화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7일 웨딩컨설팅 회사인 듀오웨드가 최근 2년 이내에 결혼한 1,000명(남성 485명, 여성 515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17일부터 31일까지 조사한 '결혼비용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결혼 때 축소하거나 생략했으면 하는 절차로 예단을 꼽은 응답자가 전체의 39.3%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 예물(20.4%)과 스튜디오촬영·드레스·메이크업을 포함하는 웨딩패키지(11.8%), 한복(11.1%), 예식장(7.4%) 순이었다.
신혼부부들의 평균 결혼비용은 총 2억4,996만원으로 집계됐으며 이 가운데 남성은 1억5,598만원, 여성은 9,398만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항목별로는 주택 마련에 전체 비용의 절반을 웃도는 1억8,028만원이 들었다. 특히 응답자들의 연소득이 2,000만원 미만에서 5,000만원 이상으로 상당한 격차가 있음에도 소득별 평균값은 1억5,800만원에 최대 2억1,500만원에 달해 집값이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현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 밖에 지출이 많은 항목은 예물(1,670만원), 예식장(1,594만원), 예단(1,555만원), 혼수용품(1,411만원), 허니문(441만원) 순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아직은 신혼집 마련 비용을 비롯해 예단·예물·예식장 등 고착된 결혼절차와 주변의 이목을 의식한 지출비용 부담이 높지만 또 한편으로 예단·예물 등이 필요 없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결혼문화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실용주의 '스몰웨딩족'들은 비슷한 시기에 결혼하는 이들끼리 공동구매로 혼수용품을 구입하거나 인터넷카페를 통해 스몰웨딩 노하우를 공유하고 신혼여행도 고가의 '허니문패키지'보다 발품을 팔아 거품을 줄이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관련업계도 새로운 결혼 트렌드를 반영한 맞춤형 상품을 쏟아내며 기민하게 대응하기 시작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요즘 예비부부들은 주거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예식장이나 혼수비용을 필사적으로 꼼꼼히 따진다"며 "한정된 비용으로 최대 만족을 누리려는 이들을 잡기 위해 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반영한 서비스 개발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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