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다시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올 들어 증시를 지탱했던 오바마 기대감이 수명을 다했고 속속 드러나는 기업실적 악화에 이어 유럽으로까지 전이된 금융불안 리스크가 시장을 압박하는 형국이다. 따라서 코스피지수의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는 1,100선이 무너질 경우 1,000선까지의 후퇴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최근 금융불안이 지난해 10월과 달리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시각도 강해 앞뒤 안 가린 투매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경기방어주들에 대해 관심을 높일 것을 조언했다. ◇1,100선 놓고 힘겨루기 치열=21일 코스피지수는 전날에 비해 23.20포인트(2.06%) 하락한 1,103.61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미국의 신정부 출범과 함께 오바마 기대감이 사라졌고 유럽과 미국 금융기관들의 추가 부실 우려가 나오면서 지수를 하락시켰다. 특히 이날 지수는 이틀 연속 2%대의 하락세를 보이면서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1,100선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초 이후 수급 개선과 유동성 및 정책 기대감으로 1,100선을 회복한 후 1,250선까지 오르기도 했다. 따라서 이날 1,100선 공방은 지지선이 무너질 경우 추가적인 하락 압력이 가중될 것이라는 시장의 심리 표현으로 풀이된다. 서정광 LI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100선은 가까스로 지켜냈지만 추가 조정 가능성이 있다”며 “금융불안 재부각과 밸류에이션 약화, 그리고 설 연휴 등을 고려할 때 거래량이 줄면서 관망장세가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불안 고조에 추가 하락 압력 커져=미국 상업은행의 추가 부실 우려와 유럽 은행들의 실적 악화는 가장 큰 리스크로 꼽힌다. 한동안 수면 아래 잠복했던 금융불안이 다시 부각되면서 증시의 숨통을 죄기 시작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금융 리스크가 재부상한 만큼 추가 하락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구나 올 들어 선진 증시보다 큰 폭으로 상승한 우리 증시 입장에서는 하락 압력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미국과 일본 증시의 경우 올 초에 비해 이미 12%가량 조정을 받은 반면 국내 증시 하락폭은 4.6%에 그치고 있다. 이필호 HMC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이달 들어 우리 증시가 선진증시에 비해 크게 오르고 적게 떨어진 점이 부담이 될 시점”이라며 “일단은 1,000선까지 염두에 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반면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미국과 유럽의 금융불안이 지난해와 달리 제한적이어서 아시아권에 미칠 영향은 적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시각 유지를 조언했다. ◇변동성 대비 경기방어주 재부상=증시가 조정국면에 접어들면서 반등장에서 소외됐던 통신ㆍ전기가스ㆍ음식료 등 경기방어주들이 다시 관심권으로 떠올랐다. 이날 하락장에도 불구하고 통신업종지수는 2%대의 상승세를 보였고 음식료와 의료정밀업종 역시 하락폭이 1% 정도로 제한적이었다. 특히 금융불안이 불거진 이상 해결과정에서 악재와 호재가 번갈아가며 대두돼 지수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란 지적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통신과 음식료 등 경기방어주는 올 들어 상승흐름에서 제외된 만큼 시장이 조정국면에 들어간 이상 다시 관심업종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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