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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총파업] 대산 석유화학단지 르포

"주말까지 계속땐 공장가동 멈출판"<br>LG등 유화 3사 제품반출못해 도로에 야적<br>협력업체들은 원료 못구해 가동중단 속출<br>"화주들에게 조속 협상 권유 기름 부은 격"

야적장마다 '제품 산더미' 대산단지 유화공장마다 야적장 가득 제품이 쌓이고 있다. 더 이상 야적할 공간이 없어질 이번주 말까지 상황이 변하지 않는다면 가동 중단이 불가피하다. /대산=맹준호기자

“전국 40만명의 트럭 기사들이 각자 집에서 파업하고 있는데 무슨 비상출하를 합니까.” 16일 오전 충남 대산 석유화학단지 내 한 공장. 이 회사의 물류팀장은 “망하게 생겼으니 급한 대로 폴리프로필렌(PP) 1톤만 보내달라”는 협력업체 사장의 애가 타는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전해줄 답은 없었다. 그는 “(쓸 수 있는) 차량이 정말 한 대도 없다. 화물연대뿐 아니라 전국 화물 기사 전원이 사실상 모두 파업 상태라 아무 방법이 없다”며 냉담하게 전화를 끊고 말았다. 지금 대산단지는 그야말로 소형 트럭 1대도 쓸 수 없는 물류 올스톱 상태다. 길목을 막고 운송 방해에 나선 화물연대 소속 차량은 전국 40만대 화물차 중 1만3,000대에 불과하지만 나머지 39만대의 차량이 사실상 모두 파업에 동참하고 있어 비화물연대 차량을 긴급 수배하는 일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주말까지 변화 없으면 공장 불 꺼진다=물류 중단 8일째를 맞은 LG화학ㆍ삼성토탈ㆍ롯데대산유화 등 대산단지 유화3사는 반출하지 못한 제품을 급기야 공장 내 도로에까지 야적하기 시작했다. 파라자일렌(PX)ㆍ스티렌모노머(SM) 등 액상 제품의 저장탱크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같은 단지의 정유사인 현대오일뱅크의 내수용 탱크로리 배송을 비롯해 단지 내 60개사, 1,563만6,434㎡(473만평) 생산기지의 물류가 모두 정지됐다. 이들 3사가 이용하는 차량은 하루 평균 1,120대. 한 회사가 하루에 2,500톤가량, 금액으로는 150억원어치 이상의 석유화학 제품을 공장 내 빈 터에 쌓아두고 있는 형편이다. 중소 플라스틱 가공업체들은 예전에 가동을 중단했고 17일부터는 구미 등지의 대형 화섬사들의 일부 공장도 원료 부족으로 가동을 멈춘다. 대산단지 A입주사의 한 관계자는 “도로에까지 상품을 야적하기는 창사 이래 처음”이라면서 “3사 모두 오는 21일 이후에도 파업이 계속될 경우 야적 포화상태가 되고 결국 공장을 꺼야 한다”고 우려했다. 이들 3사 모두 이르면 17~18일 감산을 결정할 계획이고 21일을 전후해 하나 둘씩 생산라인을 중단시켜야 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B입주사의 한 관계자는 “조금이라도 더 야적하면 하루라도 더 늦게 공장을 끌 수 있는 셈이라 시간싸움만 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공장 내부에서 야적작업을 수행할 차량조차도 수배가 어려워 이마저도 수월하지 않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물류사태와는 본질이 달라=C입주사의 한 물류담당 고위 관계자는 이번 화물대란에 대해 “지금까지의 화물연대 파업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에는 전체의 3~4%밖에 안 되는 화물연대가 파업을 주도해 운송중단 사태가 짧게 끝났지만 이번에는 기름 값이 너무 올라 비화물연대 기사들도 자발적으로 집에서 쉬고 있다”면서 “최악의 경우 공권력을 투입한다고 하지만 집에 누워 있는 사람들한테 무슨 공권력을 투입하겠느냐”고 고개를 저었다. 특히 대산단지 유화사 관계자들은 정부가 지난 14일 화주들에게 조속한 협상을 권하면서 사태에 기름을 부었다고 보고 있다. C사의 한 관계자는 “이때부터 화물연대 기사들이 ‘운송사는 빠지고 화주들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라’고 주장하며 요구사항의 수위를 급격하게 높였다”면서 “앞으로 화물연대의 요구사항은 더욱 강경해지고 결국 사태는 장기화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전남 여천 석유화학단지에서는 서로 입장이 다른 화주사들이 대표단 6명을 구성하는 데만 이틀이 걸렸고 이 과정에서 피해만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결국은 수급 문제…고통분담만이 해법=업계는 이번 화물대란이 본질적으로는 수급 문제에서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충남 지역의 한 운송회사 관계자는 “IMF 외환위기 이후 트럭을 장만해 운송 일에 뛰어든 기사는 급격히 늘었지만 공장들이 해외로 이전하면서 화물 수요가 줄었다”면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에서 화주들이 기름 값이 오른 만큼 운송료를 올려줄 리 있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이런 가운데 대산단지 유화사 안팎에서는 고통분담만이 해법이라는 공감대가 퍼지고 있다. B사 관계자는 “정부ㆍ화주ㆍ화물기사들이 고유가의 고통을 조금씩 나누겠다는 결단을 내려야만 이번 사태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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