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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전쟁/박훤구 한국노동연구원장(로터리)
입력1997-04-12 00:00:00
수정
1997.04.12 00:00:00
박훤구 기자
최근 발간된 「이코노미스트」의 한 기사는 전세계 41개국의 13세 학생을 대상으로 한 수학 및 과학 과목의 공통시험 결과를 다룬 것이다. 이에 의하면 학국은 수학성적이 41개국 중 2위, 과학성적은 4위로서 우리나라 학교교육이 국제적으로 높은 수준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학과 과학 성적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나라는 싱가포르였으며 상위 10위권은 주로 동아시아와 동구권 나라들이 차지한 것으로 밝혀졌다.최근 일부 국제경영연구기관에서 발표한 한국의 국가경쟁력에 대한 국제 평가가 낮아지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같은 교육의 국제평가는 우리에게 다소 위안이 되기는 하지만 동시에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이같은 교육평가는 단편적인 것이어서 교육제도의 우열에 대한 절대적인 평가가 될 수 없지만, 우선 우리 교육이 적어도 초등교육과 중학교 교육단계까지는 국제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우리 학생들이 수학과 과학에서 높은 스코어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우리나라가 21세기 정보화사회에 대응할 수 있는 유리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이 고등학교 이상에서는 국제적으로 얼마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는 회의적이다. 최근 우리 사회의 최대 고질병으로 대두되고 있는 사교육비 증대 문제는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공교육제도의 실패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며, 우리의 교육제도가 얼마만큼 직업사회에 대비할 수 있는가 하는 국제평가가 이루어진다면 그 결과 또한 상당히 비관적일 것이다. 결국 우리의 교육제도가 초등, 중학교 과정까지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나 우수한 자원을 높은 비용을 치르면서도 제대로 키워내지 못하는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올해초 연두교서에서 앞으로 그의 재임기간 중 교육을 최우선의 정책목표로 삼아 21세기를 대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세계 각국에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분위기는 공통적이다. 그야말로 앞으로 국가간의 경쟁은 교육의 성패에서 판정날 것이라는 것을 이제 아무도 부정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지난 수년간 우리나라도 대통령 직속기구로서 교육개혁위원회를 설치, 운영하여 제도개혁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국민들이 느끼는 개혁의 성과는 그리 크지 않은 듯하다. 최근의 국제비교평가에 참가한 우리의 13세 학생들이 10년 후에는 대학을 졸업할 것이다. 이들이 23세 되는 때 갖는 국제경쟁력이 앞서 언급한 평가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는 21세기초 선진국대열에 설 수 있으나 그런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앞으로 10년 동안 우리의 교육제도에 많은 변화와 발전이 따라야 할 것이다.
바야흐로 교육전쟁이 일어나고 있으며 이 전쟁이야말로 21세기에 국가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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