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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포커스] 신용대출 금리 인하 '눈 가리고 아웅'

●오르기만하는 마이너스통장 금리<br>씨티·외환서 상품 내놨지만<br>대상·한도 축소로 혜택 적고<br>실적 악화 우려 눈치보기만


이쯤 되면 '악어의 눈물'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듯싶다.

연초 금융 당국은 시중은행들에 신용대출 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시중은행들이 일반 신용대출 금리를 야금야금 올리며 손쉽게 예대마진 수익을 올리는 행태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였다. 특히 한국은행이 지난해 6월 이후 기준금리를 3.25%로 동결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중은행들이 신용대출 금리를 올리며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됐다.

이 와중에 지난 3월 시중은행 중 하나ㆍ외환ㆍ한국씨티은행 등 3곳이 총대를 메고 일반신용대출 금리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이 서로 눈치만 보며 숨을 죽이고 있던 것과 대조적으로 이 세 은행의 행보에 대다수 금융소비자들이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물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가계부채로 인한 고통을 분담하겠다던 이들 은행의 '용단(?)'은 생색내기 수준의 금리 인하에 그쳤다. 철저하게 수익률에 따라 움직이는 금융권의 야속한 단면을 재차 확인해준 셈이다.

◇생색내기로 끝난 금리인하=3월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은 "일반 직장인들에게 일종의 비상금 노릇을 하는 마이너스대출금리를 크게 낮춰 가계부담을 낮추겠다"며 새로운 마이너스대출 상품 출시를 공언했다. 한국씨티와 거래하는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금리를 1~2%포인트가량 낮춘 마이너스대출 상품을 4월 중으로 출시하겠다며 기한까지 못 박았다. 하지만 한국씨티는 당초 방침보다 3개월이나 지난 오는 7월 중 새로운 마이너스대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내용도 당초 기대와 달리 초라하다. 한국씨티 거래 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신용등급에 따라 최대 한도 500만원 범위 내에서 6~7%대 금리를 적용할 예정이다. 한도가 기대보다 적다 보니 수혜대상도 많지 않다. 한국씨티의 고위 관계자는 "금리를 아주 저렴하게 적용하는 상품이니까 한도가 높으면 문제(부실)가 발생하지 않겠느냐"고 도리어 반문하며 수익률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사정은 외환은행도 마찬가지다. 외환은행은 '10% 이상 고금리 신용대출상품 고객 중 직업이나 신용도에 따라 금리인하를 추진하겠다'던 당초 방침을 크게 축소해 새희망홀씨 고객들에게만 금리 인하를 적용하고 있다.

기존에 평균 15% 금리가 적용되던 새희망홀씨 상품에 13.5%로 금리 상한제를 도입한 것이다. 저소득ㆍ저신용자들에게 비교적 저렴한 금리 혜택을 제공해주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이 은행이 취급하는 새희망홀씨대출 실적은 지난해 346억원에 불과해 전체 신용대출잔액(4조6,783억원)의 0.73%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하다.



영업점 전결금리(가산금리)를 인하해 신용대출 금리 인하를 유도하겠다던 하나은행은 현재까지도 이렇다 하게 추진된 내용이 없다.

◇올해 실적 악화 우려…'금리 인하' 뒷전=하나ㆍ외환ㆍ한국씨티은행의 신용대출 금리 인하 움직임이 사실상 불발에 그칠 것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금융 당국이 연초부터 가계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중은행에 신용대출 금리 인상 자제를 요구해왔지만 대다수 은행들은 올 들어서도 꾸준히 대출 금리 인상을 추진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ㆍ4분기 7.51%이던 일반신용대출 금리는 올해 4월 8.15%로 0.64%포인트나 올랐다. 1년 미만 정기예금의 금리는 지난해 3ㆍ4분기 3.80%에서 올해 4월 3.70%로 도리어 하락했다.

유럽발 재정위기 및 국내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며 시중은행들 역시 올해 수익률 악화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씨티가 마이너스대출 상품 금리 인하를 놓고 3개월에 걸쳐 장고를 거듭했던 이유도 올해 상반기 실적이 당초 예상치를 밑돌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다.

실제 국내 금융지주사와 시중은행들의 지난 2ㆍ4분기 실적이 정체 또는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가계대출 규제와 연체율 증가, 각종 수수료 인하 압박 등에 따른 결과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초 올해 상반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5~6% 상승을 목표치로 설정했지만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 와중에 일반신용대출 상품은 시중은행들에는 알토란 같은 수익원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반 대출상품 중에 가장 예대마진 폭이 큰 상품이 신용대출"이라며 "현재와 같이 전반적으로 영업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용대출 금리인하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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