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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위화감·노사갈등 불씨 되나

공개대상 기업 2,050곳 달해

총수 일가 보수 알려지면

"임직원 사기 꺾인다" 우려도


'경영자의 연봉이 공개되면 직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대기업 등기임원의 연봉 공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경영진의 연봉을 밝혀야 하는 주요 기업들의 부담감도 높아지고 있다. 그룹 총수를 비롯한 경영진의 연봉이 공개될 경우 자칫 사내 위화감 조성과 노사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따라 등기임원의 보수 공개 의무가 생긴 기업은 상장사와 증권 공모실적이 있는 기업, 외감 대상 법인 중 증권 소유자가 500인 이상인 기업 등으로 지난해 4월 기준 약 2,050곳에 달한다. 공개 대상 보수는 급여·상여·퇴직금·퇴직위로금 등 세법상 인정되는 모든 급여와 주식매수선택권 등의 행사이익을 포함한다. 12월 결산법인의 경우 사업연도 경과 후 90일 이내 사업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만큼 대다수 기업들은 늦어도 오는 31일까지 사업보고서에 5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는 등기임원의 개별 연봉을 명시해야 한다.

연봉 공개를 앞둔 주요 대기업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곳은 단연 삼성전자다. 삼성전자의 연봉 공개 대상은 권오현 부회장과 윤부근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 신종균 정보기술(IT)&모바일(IM)부문 사장, 이상훈 경영지원실 사장 등 4명이다. 지난 14일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밝혀진 이들 4명의 평균 연봉은 84억원이다. 2013년 등기임원 보수 집행실적으로 공개된 339억원에서 사외이사 5명의 연봉 3억원을 빼고 4로 나눈 금액이다. 다만 각 사업부문이 전체 매출과 이익에 기여한 정도를 감안할 경우 신 사장이 가장 많은 약 170억원, 윤 사장은 40억원대 초반의 연봉을 받았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다음주 기업 총수를 포함해 5억원 이상 고액연봉을 받는 임원들의 보수가 낱낱이 공개될 경우 적잖은 후폭풍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과 LG그룹 등 오너 일가가 등기임원으로 활동 중인 대기업의 경우 '회장님'의 자세한 연봉 내역이 외부로 알려지게 돼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과 아들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등기임원으로 등재돼 있으며 LG그룹도 오너 일가이자 등기임원인 구본무 회장과 동생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연봉 공개 대상이다.

삼성그룹의 경우 이건희 회장과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차녀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은 등기임원이 아닌 만큼 연봉 공개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호텔신라의 등기임원으로 활동해온 이부진 사장은 삼성 오너 일가 중 유일하게 연봉을 공개해야 한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형제가 대법원 판결 이후 최근 모든 계열사의 등기임원에서 물러났지만 연봉 공개 기간 규정에 따라 지난해 받은 보수를 공개할 예정이다.



등기임원의 보수 공개가 임박하면서 대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먼저 기업 총수 일가의 연봉이 외부로 알려질 경우 직장 내 위화감 조성과 노사갈등 심화 등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정년연장과 통상임금 범위 확대 등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기업 총수와 고위임원들의 연봉이 공개되면 노사갈등의 불을 지피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그동안 임원들끼리도 서로 알지 못했던 연봉이 공개되면 사내 임원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 이는 결국 개인별로 차등 적용되는 성과보상 시스템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 등기임원 연봉 공개가 그룹 내 계열사 간 서열화와 동종업계 간 서열화를 부추겨 임직원들의 사기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임원 연봉 공개가 성과에 상응하는 보상을 지급하거나 유능한 인재를 영입하는 효율적 경영 시스템을 추진하는 데 제약요인이 될 뿐 아니라 노사 간 위화감 조성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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