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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종교개혁 그 성지를 가다] <하> 2차 종교개혁 칼뱅의 제네바, 한국 교회의 뿌리

"교회는 항상 개혁돼야" 오늘의 교회 되새겨볼때<br>칼뱅, 교회의 순결성 강조 목사·장로·집사 직제 만들어<br>교회 운영의 민주화 추구도<br>"권력·물질화 오명 한국교회 사명 되찾는 거울로 삼아야"

종교개혁가 칼뱅은 제네바 성 피에르 교회에서 설교를 통해 교회의 법과 세속의 제도가 일치하는 삶을 강조했다.

스위스 제네바 바스티옹 공원 안에 조성된 종교개혁 기념비. 왼쪽부터 파렐, 칼뱅, 베자, 녹스 순이며 이들 양쪽으로 각 3명씩 총 10명의 종교개혁가들이 부조로 새겨져 있다.

로마 가톨릭의 면죄부 판매에 반대하며 성경에 충실한 믿음을 강조한 마르틴 루터는 독일 각지에서 공개 교리논쟁을 벌였고 그의 문제 제기는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루터보다 한 살 아래인 스위스의 훌드리히 츠빙글리(1484~1531) 역시 성경만을 신앙과 생활의 기준이라 주장하며 교회 개혁에 나섰다. 분당 새에덴교회(담임목사 소강석)의 성지순례단을 따라 츠빙글리가 사제였던 취리히 구시가지의 그로스뮌스터대성당 앞에 다다랐다. 츠빙글리가 설교로 종교개혁을 단행한 현장이다. 육중한 로마네스크양식의 건물과 치솟은 고딕의 쌍탑이 위엄을 과시한다. 종교개혁 초기 츠빙글리에게는 구교(舊敎)의 압박도 이와 같았으리라. 리마트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프라우뮌스터교회에도 츠빙글리의 개혁의지가 서려 있다. 이곳에는 사랑과 종교를 화두로 작업했던 초현실주의 화가 마르크 샤갈의 오색(五色) 스테인드글라스가 반짝일 뿐 장식 없이 소박하다. 츠빙글리는 전례에 쓰이는 '빵과 포도주'의 의미 해석을 두고 루터와 대립했다. 또 당시 지역경제의 주축이던 '용병 수출'을 반대해 정치적으로도 고립됐다. 결국 그는 종교전쟁인 카펠전쟁에 나가 40대의 한창 나이에 전사했다. 바서키르케(물교회) 앞에는 칼을 찬 츠빙글리의 동상이 시민들을 마주한다. 츠빙글리의 개혁정신은 25년 후 태어난 2세대 종교개혁가 장 칼뱅(1509~1564)으로 이어졌다. 프랑스 출신이지만 가톨릭 교회의 박해를 피해 스위스로 간 칼뱅은 제네바를 중심으로 종교개혁을 전개했다. "개혁된 교회는 항상 개혁돼야 한다"는 말을 남긴 그는 엄격하게 교회의 순결성을 강조했다. 제네바 구시가지의 성 피에르 교회. 뾰족한 첨탑으로 도시 어디서든 눈에 띄는 이곳에서 칼뱅은 제네바의 첫 설교를 시작했고 생애 마지막 교리도 설파했다. 교황청에 대항한 루터가 종교와 세속의 분리를 추구했던 것과는 달리 칼뱅은 교회의 법이 세속 사회까지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일종의 교회감독 법원을 만들어 시민들을 통제하며 엄격한 신앙생활과 실천을 요구했다. 우상화를 우려해 일체의 성상도 금지했다. 이 때문에 칼뱅의 개혁파 교회에는 십자가 외에 장식이 없다. 이런 전통은 한국 개신교도 계승했다. 칼뱅은 또 목사, 교사, 장로, 집사의 새로운 교회 직제를 만들었다. 성직자의 독단을 견제하고 교회 운영의 민주화를 추구한 제도다. 칼뱅주의는 스코틀랜드의 존 녹스(1514~1572)에 의해 '장로교'로 체계화됐고 이후 우리나라에 들어와 감리교와 함께 개신교 교단의 주류로 뿌리내렸다. 성 피에르 교회 인근의 바스티옹 공원에는 1917년에 완성된 종교개혁기념비가 있다. 칼뱅ㆍ츠빙글리 등 10명의 종교개혁가들이 돌에 새겨져 오늘의 우리를 바라본다. 권력화ㆍ물질화를 비롯한 대내외 갈등의 오명을 쓴 한국 교회가 신앙적 성숙과 종교 본연의 사명을 되찾는 거울로 삼아야 할 이들이다.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내면의 외침과 시대적 요구를 동시에 부합시켰기에 이들의 개혁이 성공했음을 한국 교회는 새삼 되새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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