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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IMF와 한국식 경영

『제조업하는 기업인들이 진짜 애국자』라는 말이 나돌정도로 기업하는 사람들을 고생을 사서하는 정신나간 사람쯤으로 보는 경향마져 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어려운 경영여건 속에 하루하루 부도위기를 넘기는 살어름판 경영으로 연명해 가고 있다.여기에다 기업들이 가장 만만한 개혁의 대상으로, 개혁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로 지목을 받으며 동네북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재벌을 두둔하다가는 이상한 사람으로 몰리는 분위기 속에 기업인들이 설자리를 못 찾고 있다. 수출을 많이 하고 사람을 많이 뽑으며 나라경제 살리기의 맨 앞에 서서 뛰어야 할 기업인들이 IMF사태를 몰고온 주범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기업의욕을 상실하고 있다. 기업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기업구조조정의 와중에 한국식 경영이 IMF의 서슬시퍼런 강요에, 개혁의 강압적 분위기에 변명할 기회 한번 가져보지 못한채 옥석구분없이 퇴출위기에 몰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우리 특유의 토종 경영방식이 개혁 분위기에 휘말리며 제대로된 검증없이 폄하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30여년간 초고속 경제성장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우리식 경영이 한국경제에서 떼어내야할 혹이 되면서 미국식 경영에 모든 자리를 내주고 있다. 물론 오너 독단경영, 정경유착, 차입경영, 분식결산, 부정부패, 경직된 노동시장 등 잘못된 부분은 과감히 척결해야 한다. 또 IMF의 극복과 함께 정보화, 지식경영 등 21세기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선진국으로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업경영의 틀이나 경영패러다임을 새로 짜야한다.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를 굳힌 미국식 경영의 도입이 강요되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투명경영, 오너, 종업원이 아닌 주주이익 중심경영, 평생직장이 아닌 평생직업, 차입이 아닌 내부유보경영 등 현재 진행중인 재벌개혁과 맥을 같이하는 미국식 경영이 우리경제의 체질강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식 경영은 강자의 논리를 떠나 오랜 세월동안 치열한 생존경쟁의 현장에서 경쟁과 위기를 극복하면서 다져지고 검증된 선진경영기법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경계해야할 것은 기업들이 우리 것을 무조건 배척하고 배알도 없이 미국식 경영으로 온통 도배를 할 경우 「뿌리없는 기업」「국적없는 경영」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역사, 문화적 전통, 의식, 사회적 토양이 다른 우리에게 일시에 전면적으로미국식 경영을 도입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인지는 한번쯤 생각해볼 문제이다. 개도국의 성장모델이 되기도 했던 우리식 경영이 하루아침에 쓰레기통에 들어갈 정도로 나쁜 점만 있는 것인지, 미국식 경영을 접목시켜 새로운 우리 경영모델을 만드는 노력이 부족하지는 않은지 새겨볼 필요가 있다. 좋은 점을 찾아내 우리 것을 지키고 새롭게 발전시키는 지혜가 요구된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유교정신에 바탕을 둔 인간중심의 경영, 즉 신뢰, 충성심, 높은 도덕성, 공동체의식 등은 IMF이전 까지만해도 「아시아적 가치」라해서 서양인들이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했던 덕목들이다. 또 하버드대 등 세계유수의 대학에서 한국의 성공적 경제성장이나 경영형태가 케이스 스터디로 연구대상이 되기도 했다. 외국것의 맹목적인 수용 보다는 취사선택해 우리 것을 바탕으로 한국의 풍토에 맞는 경영의 틀을 새로 마련, 세계화하는 것이 앞으로 해야할 과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의식과 행태, 기업, 사회전반에 걸쳐 21세기에 걸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립이 선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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