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이 연말로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정부가 내년 전망치로 제시한 3.7%보다 많게는 0.7%포인트 낮은 곳도 있다. 그만큼 내년의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는 얘기다. 정부가 여타 기관이 제시하고 있는 경제성장률도 수출보다는 내수에 기댄 측면도 강하다. 유럽연합(EU)이나 미국의 경제침체로 수출이 늘어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결국 내수에 기대를 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인데 역으로 내수가 살아나지 않을 경우 실제 성장률은 더 낮아질 수 있다. 지난 15일 기획재정부가 내년의 경제성장률을 당초(4.5%)보다 크게 낮춘 3.7%로 제시한 이후 여러 연구기관이 제시한 전망치는 좋지 않다. 물론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책연구기관인 KDI는 내년의 경제성장률을 당국보다는 높은 수준인 각각 4%, 3.8%를 제시했다. 하지만 산업연구원과 금융연구원은 3.7%로 당국과 같은 수준의 전망치를 내놨다. 민간연구소는 더 낮다. 삼성경제연구원과 LG경제연구원은 정부의 전망치 보다 0.1%포인트 낮은 3.6%를 제시했고, 산은경제연구원은 3.5%, OECD는 3.4%의 수치를 발표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3.5%로 예상했다. 전망치가 점점 낮아지더니 3%의 숫자도 나왔다. SC제일은행은 내년의 경제성장률을 3%로 예측했다. 현재까지 나온 전망치 가운데 가장 낮다. 오석태 SC제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전망치가 가장 낮은 이유에 대해 “우리는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2.2%로 보기 때문에 글로벌 수준에서 본다면 결국 3.0%까지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각은 정부 역시 비슷하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당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 놓으면서 “내년 상반기에 유로존에 대한 해결책이 도출되지 않고 불확실성이 지속된다면 3.7%도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글로벌경제가 비관적으로 전망되면서 결국 성장률 달성을 위해 기댈 수 있는 것은 내수다. 정부나 기관이 공감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16일 시중은행장들과의 금융협의회에서 “내년에는 경제 성장에서 내수의 기여도가 커질 것”이라면서 “올해는 3.8% 성장 중 수출이 2.1%포인트를 기여했다면 내년에는 3.7% 중 내수가 2.1%포인트를 기여할 것이다”고 말했다.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내수가 경제에 미치는 기여도는 커질 것이라는 얘기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전무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에는 내수 영향이 매우 중요할 것이며 내수 진작을 위해 정부는 상반기 금리를 0.5% 인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가 재정정책을 쓰기에 유연성을 발휘하기 어려운 만큼 규제 완화와 금리정책 위주로 내수를 부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나 여타 기관의 기대대로 내수가 그만큼 뒷받침 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경제침체에 따른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생계형 대출마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확장에 따른 내수의 견인이 기대만큼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민간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재정, 통화, 금리 등의 수단에서 여타 선진국에 비해 여유는 있지만, 우리 정부가 무턱대고 이런 카드를 모두 쓸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때문에 내수 역시 제한적인 성장이 이뤄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오 전무도 “고용이 꾸준히 유지되고 가계신용도가 강화되는 추세여서 내수는 현 수준에서 유지될 전망”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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