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피플 인 이슈] 버냉키 美FRB 의장

반환점 돈 '경제대통령' 리더십 시험대에<br>美 경기침체·글로벌 금융시장 동요로 '최대 시련'<br>"뒷북 정책" 비판속 "통화정책 투명성 확대" 평가도<br>대공황 전문가로 위기 극복 주역으로 빛날지 주목



지난 1일로 4년 임기의 반환점을 돌아 임기 후반에 접어든 벤자민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은 최대 시련을 맞고 있다. 그는 경기 침체를 방어하고, 금융시장의 동요를 진정시키는 과제를 안고 있다. 경제대통령으로서의 능력과 리더십이 시험대로 올랐다. 취임 2년을 넘긴 그의 심기는 요즘 그다지 편하지 않다. 8개월째 접어든 신용 경색의 터널은 출구가 보이지 않고 있고, 미국 경제는 5년간 지속된 '골디락스(물가안정 속 성장)'에 종지부를 찍고 침체의 문턱에 들어서고 있다. 지난 1991년과 2001년 경기침체 때 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물론 경기침체의 벼랑으로 몰고 간 책임을 버냉키 의장에게 다 뒤집어 씌울 수만은 없다. 경기 침체의 주범인 주택가격 하락과 그 후유증인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금융경색은 전임자인 앨런 그린스펀 전 FRB의장의 저금리 정책이 남긴 자산 버블 때문에 비롯된 측면도 적지 않다. 전임자가 남긴 유산의 수렁에 빠진 그로서는 지극히 운 없는 FRB의장일 수도 있다. 벤 버냉키 의장은 취임 2년이 지났음에도 시장과 교감할 줄 모르는 '책상물림'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한 박자 늦은 뒷북 금리정책과 상황 오판까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월가에서는 그가 지난해 두 차례의 상황 판단에 착오를 범했다고 평가한다. 지난해 8월 서브프라임 발 폭풍이 몰아쳤음에도 금리를 동결한 것이 첫번째고, 지난해 12월 0.25%금리를 인하하면서 '통화정책의 중립'을 선언한 것이 그 두번째다. 버냉키 의장이 미국 경제와 금융 시장의 리스크를 너무 과소평가했음을 확인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는 올 들어서 8일만에 금리를 무려 1.25% 포인트나 인하하는 결단을 내렸다. 1913년 FRB창립 이후 가장 급격한(1.25%) 조치다. 지난 22일 0.5%포인트의 긴급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에 대해서도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SG)은행 발 충격을 인지하지 못한 데 따른 과잉반응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학자들은 월가에 너무 끌려 다닌다는 비판도 나오는 게 사실이다. FRB의 공격적 금리인하에 대해 상품투자의 귀재인 짐 로저스는 "버냉키는 돈을 찍어내는 것을 좋아한다"며 "그는 바보(nut)"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버냉키 의장이 백악관 경제자문위 의장시절 "헬리콥터로 돈을 뿌려서라도 디플레이션(통화수축)을 막아야 한다"는 발언을 빗댄 비판이다. 하지만 그린스펀 전 의장이 모호한 표현으로 일관한 것과 달리 버냉키는 통화정책의 방향성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점에 대해서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FRB 의사결정 과정의 민주성과 내부 투명성을 높인 점도 높게 평가를 받는다. 버냉키는 지난 1953년 12월 13일, 약사인 아버지 필립과 교사인 어머니 에드너 사이의 장남으로 조지아 주에서 태어났다. 1975년에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하고 1979년 메사추세스 공과대학(MIT)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MIT 재학 중 부인 안나와 결혼했다. 그 후 1979~85년까지 스탠포드 대학에서 교편을 잡았고, 1985년부터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이때 많은 논문과 텍스트북을 발표해 높은 명성을 얻었다. 2002년 8월, 버냉키는 부시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FRB 이사에 취임했다. 대통령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이었던 하버드 대학교의 글렌 허바드 교수가 강력히 추천했다고 한다. 2004년께부터 월스트리트 저널과 같은 언론들이 차기 의장 후보 중의 한 사람이라고 제기했고, 2005년 봄, 조지 부시 대통령은 버냉키를 대통령경제자문위원회 의장으로 임명했다. 버냉키는 정치적 주장이 엷을 뿐 아니라 공화당에서도 민주당에서도 거부감을 갖지 않는 유연한 입장을 취해왔다. 민주당 소속 바니 프랭크 하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일 "버냉키 의장이 위기 상황에서 훌륭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며 "민주당이 집권하면 교체할 것이라는 관측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서브프라임 문제를 해결하고 경기 침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이 정권을 장악하면 버냉키가 연임하지 못할 것이라는 뉴욕 월가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는 학자시절 대공항 때의 FRB 역할에 대한 연구에 천착했다. 대공항 전문가로 명성을 날린 버냉키 의장이 현실에서도 전임자 못지않는 위기 극복의 주역으로 빛을 발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앞으로 2년의 성과는 2010년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자신의 재임 여부와 직결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13명의 FRB의장 가운데 그린스펀을 포함해 4명이 재임에 성공했고, 8명은 4년 이하의 단명에 그쳤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