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를 소재로 한 영화는 태생적으로 한계를 갖는다. 음식 냄새를 어떻게 시각화 할 것인가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려한 영상과 사운드에 탄탄한 줄거리로 취각을 시각화, 보는 이의 입가에 침이 고이게 하는 영화가 있다. 만화가 허영만 원작의 신작 영화 ‘식객’이 바로 그것. 한국 최고의 음식점 운암정. 이곳의 요리사 라이벌 성찬(김강우)와 봉주(임원희)는 후계자 자리를 놓고 대결을 벌인다. 승부를 위한 재료는 죽음조차 두렵지 않게 만든다는 천하일미 황복회. 성찬은 정성스럽게 요리를 만들지만 요리평론가들은 성찬의 요리를 먹고 복어 독에 중독된다. 이 사건에 충격을 받고 낙향해 운둔 생활을 하는 성찬. 그렇게 5년이란 세월이 지나고 후계자 봉주가 운영하는 운암정은 기업형 요릿집으로 성장한다. 이런 가운데 국내 최고의 궁중요리사를 뽑는 대회가 열리고 성찬과 봉주는 숙명적 대결을 벌이게 되는데…. 내달 1일 개봉하는 ‘식객’은 사람들에게 음식이란 무엇이며 또 어떠해야 하는지를 묻는 영화다. 물론 예술적 차원의 수준 높은 화두를 던지는 건 아니다. 베사메무쵸와 파랑주의보를 만든 전윤수 감독의 신작 영화의 외피는 성찬과 봉주의 승부 드라마. 하지만 황복회ㆍ육회ㆍ구절판ㆍ된장찌개와 라면에 이르기까지 영화에 소개되는 각각의 음식은 제 나름의 메시지를 갖는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의 숫자는 세상 모든 어머니의 숫자와 똑같다”는 성찬의 말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 대사에 어머니의 구수한 된장찌개를 떠올리지 않는 관객이 얼마나 될까. 요리에는 사람의 마음이 담겨야 하며 그럴 때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 된다는 감독의 철학이 나름대로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그러나 그 같은 메시지에도 불구, 원작의 방대한 줄거리를 압축하다 보니 두 주인공의 대결이라는 단순한 선악구도는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 대목. 세부 묘사나 설정 곳곳에서 상투적 표현을 드러내며 편리한 관습에 따른 게 눈에 거슬린다. 봉주라는 캐릭터를 지나치게 희화한 나머지 장르 관성에 의지한 대목 역시도 어쩐지 부담스런 설정이다. 같은 허영만 원작 만화를 영화화한 최동훈 감독의 ‘타짜’는 생동감 있는 인물 구성으로 흠 잡을 데 없었다는 평을 얻었다. 이를 의식했을까. 전 감독은 시사회 직후 “타짜보다 재미있다고 했던 말을 취소하고 싶다”고도 말했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영화가 막바지로 향할 때가 되면 화면에 나오는 라면 끓는 소리마저 참을 수 없는 배고픔으로 다가온다는 것. 관람 전에 든든히 배를 채워둘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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