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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입장을 명확히 해야

미국정부가 지난달 29일의 북한의 서해상 무력도발을 이유로 내주로 예정됐던 대북 특사파견 계획을 공식 철회했다. 서해교전 이후 햇볕정책 기조에 변화가 없다며 미국에 대해서도 대북 특사파견을 계획대로 실천해 주기를 요청했던 우리 정부의 입장이 매우 난처해 졌다. 미국의 이 같은 방침은 서해교전에 관해 우리정부와는 전혀 다른 인식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한ㆍ미간의 대북정책 조율이 시급한 과제로 제기됐다. 김대중 대통령은 2일 일본방문 후 발표한 귀국보고에서 햇볕정책을 계속 추진할 의지와 함께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한 분노와 응징의 의지를 표명했다. 김대통령은 "만약 북한이 또다시 군사력으로 우리에게 피해를 입히려 한다면 북한도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김대통령은 "굳건한 안보 위에 햇볕정책을 추진한다는 소신에는 변화가 없으며 일본방문을 통해 주변국들의 햇볕정책에 대한 지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의 반응을 볼 때 김대통령의 이 같은 사태인식은 안이하다는 인상을 준다. 햇볕정책 이외에 대안이 있느냐는 김대통령의 소신이 막대한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당한 이번 서해교전과 관련해서 강조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또 민주당내에서 서해교전에 대한 우리의 책임론이 나오고 있는 것은 개탄스럽기 까지 하다. 미국은 서해교전이 북한의 월경 도발에 의한 것임을 입증하는 증거를 갖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 데도 민주당 일각에선 서해교전이 우리 어선의 조업경계선 월선으로 인한 것일 수도 있다는 주장을 한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조업금지구역을 벗어난 것을 말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북방한계선 월경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조업금지구역인지 북방한계선인지도, 증거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호한 상황에서 우리측의 책임론을 논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그것이 책임자 인책론을 무력화하고 햇볕정책을 보호할 의도라면 더욱 그렇다. 이런 문제는 군사정전위에서 증거로 논의돼야 할 사안이다. 북한이 군사정전위를 회피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전분열상을 보이는 셈이다. 북한은 억지 주장이라도 군사정전위원회에 나와서 해야 한다. 정부가 교전수칙을 5단계에서 3단계로 축소해 적의 선제공격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는 것을 방지한 것은 잘한 것이다. 대북 쌀 지원을 중단키로 한 것도 국민정서에 비추어 합당한 조치다. 전사자 영결식에 정부의 관리들이 관례를 이유로 참석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 아무리 상황이 긴박했다지만 교전상황이 기록되지 않고, 사병의 개인 휴대카메라로 찍히는 상황도 이해가 안 된다. 정부는 서해교전을 둘러싸고 우리 내부와 주변에서 제기되고 있는 혼돈상황에 대해 명확한 입장정리부터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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