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5일 "모디 총리가 오는 18일 방한함에 따라 상당수 대기업 총수들이 모디 총리와 만나는 '비즈니스 포럼'이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라며 "인도 측에서도 주요 부처 장관들과 기업인들이 대거 동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에 이어 세계 제2위 시장인 인도에서 주요 정·재계 인사들이 한국을 찾으면서 삼성·현대차·LG·SK그룹 등 주요 기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번 모디 총리의 방한을 인도 시장 확대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일부 그룹은 전담팀을 따로 구성해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디 총리는 이른바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외국인 투자 유치를 통한 제조업 육성)' 정책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외국 기업에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규모를 떠나 분명한 성의 표시는 해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올 경제성장률이 7.5%에 이르러 중국을 앞지르고(IMF 전망 기준)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25세 이하인 '젊은 시장' 인도의 중요성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인도 수입시장에서 한국산(産) 제품의 점유율은 채 5%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이런 관점에서 보면 중국보다도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이 인도"라고 설명했다.
주요 기업의 인도 진출 현황을 보면 삼성전자는 지난 1995년 지점 설립을 시작으로 현재 노이다시와 첸나이시에서 각각 휴대폰 및 TV 생산공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12억 인도시장에서 입지를 단단히 하기 위해 현지에 생산 및 판매는 물론 연구개발(R&D) 인프라까지 갖춰 전방위적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별도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모디 총리가 개별 회동할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현대차그룹은 인도에서 2곳의 공장을 가동하면서 중국·미국·터키와 함께 인도를 글로벌 핵심 생산기지로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된 차가 인도는 물론 유럽·동남아·남미 등으로 판매된다. 또한 인도 자동차 내수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254만대로 국내 자동차 내수시장(140만대)보다 110만대 이상 크다.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 시장에서 총 41만1,471대를 판매해 시장 점유율 16.1%로 시장 내 2위를 기록하는 등 선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향후 인도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경우 추가 투자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뿐만 아니라 기아차 공장을 투자할 수도 있겠지만 공장 투자는 대규모 투자다 보니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대규모 투자 계획을 세워놓고도 인도 지방정부 규제에 따라 발목이 잡힌 사업들이 이번 방한을 계기로 물꼬가 트일지도 관심이다. 120억달러를 투자해 인도 오디샤주(州)에 일관제철소를 짓기로 해놓고도 지방 정부의 승인 지연으로 사업이 진척되지 않고 있는 포스코가 대표적인 사례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1월 인도를 방문해 모디 총리와 독대하면서 오디샤 프로젝트의 원활한 추진을 요청했고 모디 총리 역시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으나 현재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이 포착되지는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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